[사회] 펄펄 끓는 남해안 바다…‘열받은 우럭’ 1200만 마리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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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남 통영에서 고수온으로 폐사한 조피볼락 등 양식어류. [사진 경남어류양식협회]

고수온으로 경남 남해안 양식 어류 피해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지난 24일까지 경남 통영·거제·남해·고성의 319개 양식장에서 신고된 양식어류 피해량은 1710만2000마리(291억1500만원)로 집계됐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지난해 1466만 마리(피해액 207억원)를 벌써 넘어섰다. 경남에선 2012년 처음 고수온 피해가 집계된 이후 2017년 343만 마리(47억원)→2018년 686만 마리(91억원)→2021년 1042만 마리(117억원)로 증가세를 보였다.

행정·수산 당국은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면서 고수온 피해가 지속할 것으로 본다.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남해안에서는 29도 안팎의 고수온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통상 양식 어류는 28도를 웃도는 고수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폐사한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남해 쪽 수온이 평년보다 2~3도 이상 높다”며 “예년보다 남해를 지나는 따뜻한 해류인 대마난류 세기도 예년보다 커, 수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와 어민들은 가능한 모든 대비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뙤약볕을 가릴 검은색 차광막을 양식장에 설치하고, 면역증강제도 공급한다. 고수온엔 용존산소가 줄어 산소발생기도 24시간 가동한다. 표층보다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층의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저층수 공급장치도 돌린다. 하지만 고수온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통영의 한 양식 어민(60대)은 “양식장 냉장고에 죽은 물고기만 가득 쌓여 있다”며 “썩는 냄새가 진동해도, 피해 산정을 해야 하니 당장 버릴 수도 없다”고 했다. 이 어민은 지난 22일에만 죽은 우럭·쥐치 등이 담긴 고무통(80~90㎏) 수십 개를 옮겼다. 남해안 고수온 피해가 반복되자,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장은 “정부 차원에서 대체 어종 개발이 시급하다”고 했다.

고수온 피해가 가장 큰 양식어류는 ‘조피볼락(우럭)’이다. 이번에 경남에서 집계된 고수온 피해량의 71%인 1221만3000마리(171억5400만원)가 우럭이다. 찬물을 좋아하는 우럭은 고수온(수온 28도 이상)에 취약하다. 한계 수온은 28도이지만, 대개 26도를 넘기면 생리 기능이 떨어지면서 폐사 가능성이 커진다. 넙치 다음으로 많이 양식하는 만큼 피해도 컸던 셈이다. 전국 양식 우럭 생산량의 80%가 남해안을 낀 경남(48%)·전남(32%)에서 나온다.

하지만 ‘국민 생선’이라 불리는 우럭을 대체할 어종을 찾기도 쉽지 않다. 우럭은 탱글탱글한 육질과 감칠맛으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횟감이다. 또 찜·구이·매운탕용으로도 애용된다. 기존 어류와 달리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난태생 어종’으로 치어 생존율이 높은 등 사육도 용이하다.

이에 국립수산과학원은 아열대 어종인 벤자리 등을 연구, 대체 품종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벤자리는 지방이 풍부해 여름철 횟감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한다. 수과원 관계자는 “벤자리의 조피볼락 대체 가능 여부를 확인하려고 경남수산자원연구소와 협력해 남해안 해상가두리에서 월동 가능성을 파악 중”이라며 “잿방어·긴꼬리벵에돔 등도 양식종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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