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필름 넘어 AI·인터랙티브로…영화의 문법도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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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를 연출한 채수응 감독은 “낯선 영화인 만큼, 비판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사진 아리아 스튜디오]

“일방향성 작가주의로 공감을 유도하는 건 예전 방식이죠. 젊은 세대는 체험형 스토리텔링으로 다가가야 공감합니다.”

인터랙티브 SF 영화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이하 ‘아파트’)’로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이머시브(Immersive·몰입형) 경쟁 부문에 초청된 채수응(42) 감독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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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를 연출한 채수응 감독은 “낯선 영화인 만큼, 비판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사진 아리아 스튜디오]

‘아파트’는 28일 개막하는 올해 베니스 영화제 공식 부문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 작품이다. 채 감독은 VR 단편 애니메이션 ‘버디 VR’로 2018년 같은 부문 최우수 VR 체험상을 수상한 데 이어 두 번째 초청을 받았다.

‘아파트’는 2080년 한 형사(장혁)의 수사 과정에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방식의 영화다. 기억 보존 시스템 ‘마인드 업로드’ 기술이 상용화된 미래를 무대로 2009년 발생한 미제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뇌사 상태 소년의 기억 데이터에 접속해 당시 현장을 돌아보며 진실을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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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응 감독

상영 때마다 15~25명의 관객이 약 30분 길이 2D 영화 본편을 관람하는데, 관객 중 선정된 1명은 VR 기기를 통해 상황을 직접 체험한다. 스크린에 등장한 생성형 AI(인공지능) 배우의 지시에 따라 2D 관객들이 남긴 반응이 VR 체험자의 미션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

관람 후 관객들이 대화하며 이야기 퍼즐을 맞추는 과정까지 작품의 일부로 삼았다. 이렇게 누적된 관객 체험 데이터가 다음 상영시간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집단 경험을 공유하는 ‘소셜 체험’이 작품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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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를 연출한 채수응 감독은 “낯선 영화인 만큼, 비판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사진 아리아 스튜디오]

지난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그는 ‘아파트’ 제작에 영향을 준 문화 현상으로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 공연의 급부상과 더불어, 최근 급성장한 몰입형 소셜 플랫폼 ‘VR챗’을 꼽았다.

VR챗은 VR 기반 메타버스 커뮤니티 공간이다. 채 감독은 “스트리밍 방송 댓글로 실시간 소통이 이뤄지다 보니 온라인에선 제작비 1000억원대 넷플릭스 드라마보다 VR챗 영상의 파급력이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대에 새로운 영화가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생성형 AI를 덧붙여 실시간 기억 데이터의 정리와 상호소통까지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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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를 연출한 채수응 감독은 “낯선 영화인 만큼, 비판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사진 아리아 스튜디오]

채 감독은 또 “온라인 소셜 체험에서 재창작은 하나의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아파트’를 통해 사람들이 영화로 소통하고 즐기는 에너지를 새로운 포맷으로 되살려보고자 했다. 이 작품의 최종적인 완성은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 달성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연출 의도는 미디어 장르에 대한 실험으로 범주를 넓히고 있는 베니스 영화제 이머시브 부문의 취지와도 통한다. 그는 “영화 포맷이 지난 120년 간 필름 기반 문법으로 만들어져 왔다면, 인터넷 환경의 영화 콘텐트는 이전과 다른 생존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나름대로 도전해본 작품을 베니스에서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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