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거운 생수도 날라요"…60대 편의점 알바, 아쉬운 건 하나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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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전 11시. 충남 당진시 대덕동 GS25 대덕원룸점에 들어서자 60대 여성 인교철씨가 손님을 맞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13일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매주 2~3차례 출근하며 한 달에 60시간 근무한다. 음료와 주류·과자 등 상품을 진열장에 배열한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물건 종류가 너무 많고 생수처럼 무거운 물건도 날라야 해서 어려웠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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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니어클럽 GS25편의점에서 일하는 고곽숙, 배인자, 인교철씨(왼쪽부터). 이들은 편의점에서 일하고 월급을 받는다. 신진호 기자

인씨는 “처음에는 포스(POS·판매 관련 데이터 시스템)를 찍는 게 서툴러서 손님이 기다리는 것만 봐도 진땀을 흘렸다”며 “손님이 ‘천천히 해도 돼요, 옆에 매장(편의점)은 더 느려요’라고 격려해주기도 했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당진에서 편의점 운영하는 60대 여성들
지난해까지 당진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일했던 인씨는 GS25에서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지원 자격이 자신처럼 나이가 60세가 넘은 시니어가 대상이었다. 김씨 등 9명이 채용됐다. 모두 여성이며 67세가 최고령자다. 이들은 60세가 되기 전 유통업이나 어린이집 원장, 공인중개사 등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퇴직 후 “생활비를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한다.

이곳 직원 배인자(64)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도 길지 않아 집안일에도 지장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지금보다 더 길게 일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GS25 대덕원룸점은 어르신이 운영하는 ‘시니어 동행 편의점’이다. 당진시는 어르신 일자리 만들기를 고민하던 중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장할 수 있고 여러 명을 동시에 채용할 수 있는 사업으로 편의점 운영을 검토했다. 지난 2월 당진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GS리테일은 가맹비를 면제해주는 방법으로 편의점 오픈을 지원했다. 당진시는 5300만원을 들여 편의점을 열었다. 점포 리모델링 비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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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이들은 모두 60세 이상 시니어로 20명이 교대로 일한다. [사진 천안시]

편의점 운영을 지원하는 당진시니어클럽(노인 일자리 지원기관)은 직원 채용과 배정, GS리테일과 계약 업무, 물류 등을 챙기고 있다. 매일 매일 재고를 확인하고 필요한 물건도 GS리테일에 주문한다. 편의점을 연 뒤 한 달간 400만원 정도의 이익을 얻었다고 한다. 이 돈으로 직원 9명의 급여를 지급했다. 수익금이 늘어나면 직원을 추가로 채용할 방침이다. 일방적으로 세금을 투입하는 종전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 벗어나 이익도 내고 일자리도 만드는 새로운 모델이다.

수당 아닌 ‘직접 수익’ 창출하는 일자리
GS25 대덕원룸점처럼 시니어가 직접 운영하는 편의점은 충남에서 당진과 천안·공주에 문을 열었다. 자치단체 등이 제공하는 어르신을 위한 일자리는 공익형과 시장형, 사회서비스형으로 나뉘는데 편의점 운영은 ‘시장형 사업’으로 분류한다.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단순히 수당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직접 이익을 창출해 나누는 방식이다. 공익활동형은 지하철 안내 등의 일자를 제공하고, 사회서비스형은 은퇴자 경력을 살리는 사업으로 승강기 안전점검과 국민생활 시설 점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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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한 시니어 카페에서 어르신들이 커피를 만들고 있다. [사진 천안시]

당진시니어클럽 박주영씨는 “편의점 운영이 시니어들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수익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천안에서는 지난 2월 중앙시장 인근에 ‘시니어 동행 편의점 천안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선 60대 이상 어르신 20명이 2인 1조로 4시간씩 근무한다.

"월 60시간 제한 규정 늘려달라" 요청
시니어 동행 편의점은 근무시간이 최대 월 60시간으로 제한됐다. 월 60시간(주 15시간)을 초과하면 4대 보험을 지원하고 휴일 수당을 지급하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임의로 규정을 어길 수가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편의점 직원은 “아직 젊고 활동력도 충분한 데 (일할) 시간을 조금만 더 늘려주면 좋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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