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숲속마을 출신' 베트남 여성, 교수됐다…31세에 이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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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DI 국제정책대학원 유학생에서 교수가 된 팜 티 투예 트린 씨가 최근 중앙일보에서 인터뷰 중 부모님의 이야기에 미소짓고 있다. 김현동기자

베트남 중남부 고원지대, 람동에서 나고 자란 팜 티 투예 트린. 교육열이 뜨거운 부모님 덕에 도시로 유학을 간 그를 학교 선생님은 "숲속 마을 출신"이라고 놀리듯 소개했다. 강산이 약 2번 바뀐 지금, 31세의 그는 베트남을 넘어 한국과 미국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응용경제학자로 성장했다. 오는 9월부터는 한국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교단에 선다.

KDI 대학원은 그의 모교다. 100% 장학금을 받고 다녔던 이 학교에 정식 교수로 임용됐다. KDI 대학원 역사에서도 첫 케이스라고 한다. "숲속 마을 출신" 학생이 코리안 드림을 이뤄낸 것이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처음 겨울을 맞으며 눈을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며 "부모님을 곧 한국에 초대해서 삼계탕을 함께 먹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한국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한국이 일군 경제성장 스토리엔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컸다. 그러다 한국 기업과 KDI에서 장학금을 받게 됐고, 유학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어머니의 식료품점에서 일을 도와드리고 있었던 때 대학원 합격 통지를 메일로 받았는데,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경제학 전공 배경은.  
"아버지 영향이다. 원래는 자연과학을 좋아해서 의사를 꿈꿨는데, 아버지가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라는 뜻으로 경제학 전공을 권하셨다. 응용 경제학을 택해 기후변화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며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적성에도 맞다. 무엇보다 내 공부로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기쁘다."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신가.
"생계 때문에 학교를 중퇴하셔야 했다. 아버지는 군 복무 뒤 회계 일을 하셨는데, 주경야독으로 40대에 학사 학위까지 취득하셨다. 어머니는 장녀로 동생들을 위해 고교를 중퇴하고 식료품점을 하셨는데, 삶의 지혜는 어머니에게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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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티 투옛 트린 교수(가운데)와 부모님이 미국 코넬대 졸업식 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본인 제공

10대부터 유학을 했는데.
"사실 아직도 소녀들은 학업을 다 마치지 않고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부모님은 내 교육을 최우선순위에 두셨다는 게 감사하다. 힘이 되어준 부모님께 이제 효도할 일만 남았다(웃음). 부모님과 서울 관광을 하는 게 버킷리스트였다."  
한국과 베트남은 닮은 듯 다른데.
"두 국가 모두 효 같은 유교적 가치를 중시한다. 전쟁의 아픔을 겪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둘 다 쌀을 주식으로 하더라도 한국에선 밥그릇을 절대 들고 먹지 않는데 베트남에선 들고 먹고, 한국에선 식사 전에 '잘 먹겠습니다'라고 하지만 베트남에선 '다들 맛있게 먹읍시다'라고 하는 것도 다르다. 이런 점들을 잘 융화해서 베트남과 한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학자가 되고 싶다."  
교수로서 각오는.
"나와 같은 학생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주고 싶다. 나와 같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베트남 학생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길을 찾고 싶다."  

그는 오는 9월 10일 처음으로 강단에 선다. 그의 임용에 KDI 교수진도 기대가 크다. 박성호 KDI 교수는 "학술적 성취에 더해 외국인 교원으로서 국내외 학계에 크게 기여하는 글로벌 학자로 성장할 재원"이라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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