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대니 잰슨(왼쪽). AP=연합뉴스

120년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처음으로 한 선수가 같은 경기에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는 진기록이 쓰였다. 주인공은 과거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류현진과 호흡을 맞췄던 보스턴 레드삭스 포수 대니 잰슨이다.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된 경기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펼쳐진 토론토-보스턴전이다. 당초 이 경기는 지난 6월 27일 열렸지만, 0-0으로 맞선 토론토의 2회초 공격 도중 많은 비가 내려 중단됐고, 결국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돼 두 달 뒤로 미뤄져 27일 재개됐다.

이로 인해 흥미로운 상황이 나왔다. 두 달 전에는 토론토 포수였던 잰슨은 지난달 28일 단행된 1대3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으로 이적했다. 이후 토론토가 아닌 보스턴 소속으로 뛰었고, 이날 경기에서도 사실상 주전 포수 자격으로 2회부터 출전했다. 이로써 한 게임에서 토론토 소속으로 나서다가 2회부터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6월 27일 경기가 중단될 때 타석에는 토론토 2번타자 잰슨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 상황을 놓고 토론토의 잰슨 자리는 달튼 바쇼가 대타로 채우고, 보스턴의 잰슨이 엔마누엘 발데스 대신 7번타자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표기했다. 잰슨은 이 기록지 복사본를 따로 챙겼다고 MLB닷컴은 보도했다. 또, 원본 기록지는 야구 명예의 전당이 보관할 계획이다.

한 경기 두 소속팀이라는 진기록을 남긴 잰슨은 이날 게임에서 양쪽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2회 첫 번째 타석으로 들어서자 현지 중계진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같은 경기에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는 최초의 선수”라고 표현했다. 2018년 데뷔 이래 토론토에서만 활약하던 잰슨은 친정팀을 상대로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2회에는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났지만, 5회 중전안타를 터뜨렸다. 경기는 토론토의 4-1 승리로 끝났다.

잰슨은 “아직 완전히 실감나지 않는다. 최초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 당연히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는 줄 알았다. 좋은 기회를 얻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평소 기록지를 신경 쓰지는 않지만 오늘 기록지는 멋지다고 생각한다. 내 유니폼도 명예의 전당으로 보내야 한다고 본다”고 재치 있게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