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맥매스터 "문재인 '김정은, 방어 위해 핵 필요&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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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뒤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했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개발하는 이유는 ‘방어적 목적’이라고 미 측에 설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기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한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7일(현지시간) 공개한 회고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에서 :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나의 임무 수행』에서 밝힌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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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성 장군 출신의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두번째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했다(2017년 2월~2018년 3월). 358페이지 분량의 회고록에는 ‘한국’이 101번, 북한을 지칭할 때 쓴 ‘북(north)’이 80번, 북한의 공식 명칭인 DPRK는 9번 등장한다. 또 당시 문 대통령을 지칭하는 ‘문(Moon)’은 20번에 걸쳐 기술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했고, 첫 한·미 정상회담은 2017년 6월 30일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트럼프와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후세인이나 카다피처럼 김정은은 방어를 위해(for defense) 핵이 필요하다고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위적 차원에서 핵을 개발하는 것이라는 북한의 기존 논리를 사실상 그대로 반복한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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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FP=연합뉴스

이는 당장 미 측의 반발을 불렀다. 펜스는 문 대통령에게 “이미 북한은 서울을 겨냥하고 있는 재래식 포를 보유하고 있는데 왜 핵이 필요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펜스는 이어 “우리는 김정은이 ‘공격적 목적’으로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2017년은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이어가던 시기다. 남·북·미 간 대화 국면은 2018년 들어서야 조성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미 측을 상대로 김정은의 핵 개발이 ‘자위권 차원’이라는 식으로 사실상 옹호한 건 김정은을 직접 만나기도 전, 북한이 ICBM을 통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때였던 셈이다.

맥매스터는 첫 정상회담부터 한·미가 대북 정책 방향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양국 공동성명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국 측은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협상 전망을 강조하는 표현을 고수했다”며 “반면 (백악관 안보팀은) 비핵화가 김정은에게 최선의 이익이란 점을 설득하기 위해 제재 이행을 강조하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당시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대화 복귀를 목표로 최대의 압박을 가하기 위해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새로운 조치’들을 시행하고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화를 통한 접근법에 합의하면서도 '최대의 압박' '제재' '올바른 여건' 등 조건을 강조했는데, 맥매스터가 소개한 양국 간 이견이 이런 식으로 나타난 것일 수 있다.

2018년 초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히자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김 위원장이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하며 매우 기뻐했다”고도 맥매스터는 회상했다. 이에 맥매스터는 “확신할 수 없다. 김정은이 제재 완화를 바라며 우리(한ㆍ미)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것이면 어떻게 하느냐”며 “한·미 정상의 관계를 망칠 수 있는 한 가지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갈등에서 한국이 중립적 방관자로 등장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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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당시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만났을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의 별도 회동을 이유로 당시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참석한 만찬에 ‘의도적 지각’을 했던 배경도 설명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는 오랜 논의 끝에 펜스에게 김여정을 잠깐 만나 ‘이번 일은 나쁘게 끝날 수도, 좋게 끝날 수도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라고 지시했다”고 적었다. “대통령과 미군은 준비돼 있고,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압박은 커질 것이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트럼프의 메시지도 공개했다.

맥매스터는 문 정부가 북한의 위협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는 식의 주장도 내놨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7월 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뒤 통화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우리는 아직 도발에 사용된 미사일이 ‘ICBM’이라고 규정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맥매스터는 “의용, 당신이 ICBM이라고 부르지 못한다고 해서 그 미사일이 ICBM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따졌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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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실제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문 대통령은 직접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한·미 당국의 초기 판단으로는 이번 도발을 중장거리 미사일로 추정하고 있으나, ICBM급 미사일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중장거리'나 'ICBM급'이란 표현으로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이튿날 김정은은 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했다고 확인하며 “(미국놈들에게)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들을 자주 보내 주자”고 말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직후인 7월 6일 평화체제 구축 등 대북 관여를 중심에 둔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다만 맥매스터는 회고록에서 “트럼프는 수시로 (대북)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여러 차례 ‘김정은과 기꺼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일관성은 그의 강점은 아니었다”고 했다.

또 2017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시 주석은)평양과의 모든 관계를 끊는 것은 증오만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며 “트럼프는 시 주석이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이 도발적(provocative)’이라고 하는 데 동의하며 이를 ’돈 낭비(waste of money)‘라고 묘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 나쁜 것은 트럼프가 시 주석이 주장한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의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으로 돌아가자는 제안에까지 동의하는 듯 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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