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용산, 尹·韓 만찬 연기 검토…의대정원 갈등 불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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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화일보 주최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2024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인사 뒤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대통령실은 30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찬 연기를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30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 체제 당직 인선이 완료된 만큼 당정 화합을 위해 초청 만찬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한 대표 당선 직후인 지난달 24일 만찬 이후 두 번째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 “아직 만찬 일정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며 “추석 이후로 일정을 연기하자는 의견이 있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 개최 뒤 30일 만찬을 조율해왔다.

여권에선 대통령실의 만찬 연기 검토를 두고 한 대표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등 당정 갈등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이 불쾌감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당정은 다른 건 몰라도 정책에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느냐. 한 대표는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그런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 공식 회의가 끝난 뒤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제시했다. 정부가 불가 입장을 확인하자 한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 “저는 2025년엔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을 시행하되, 2026년엔 2025년에 현원 3000명의 수업 미비로 인해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해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히며 자신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 국민 건강에 대한 큰 책임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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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달 열릴 양당 대표 회담에서 의료 공백 사태를 의제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이 대표와 만나던 모습. 연합뉴스

한 대표가 조만간 열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의료 공백 사태를 의제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응급의료 참여 의료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을 대통령실에 건의하고, 의료계가 요구하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교체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의정 갈등의 출구를 마련해주려는 것”이라며 “응급실 뺑뺑이 등 국민 우려를 덜어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한 대표의 주장이 해법이 되지도 않고, 외려 문제를 키운다고 보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 의료 개혁을 위해 2조원가량의 재정을 투입하는 등 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손쉬운 방법인 의료계 달래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 용산 내부의 시각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보건의료 분야는 안보·치안과 같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국가 본질 기능”이라며 “올해 8000억원 수준인 재정 지원을 내년에 2조원으로 대폭 확대하여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고 미래 의료 수요에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 의료체계가 안 잡히면 지역 균형 발전이 어려워진다. 교육과 의료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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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던 모습. 사진 대통령실

특히 대통령실은 한 대표와 이 대표와의 회담에서 의정 갈등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의료 개혁의 책임 주체는 정부”라며 “의대 정원을 사실상 되돌린다는 한 대표의 주장은 의료 개혁을 접자는 것에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및 차기 대선을 겨냥한 ‘자기 정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찬이 연기될 경우 지난 총선 때의 ‘윤·한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대표가 내부 숙의와 협의가 아닌 페이스북과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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