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업이 집주인인 20년 임대주택 나온다…10만 가구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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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코리빙 오피스텔 ‘에피소드 서초 393’의 공유 거실과 세탁실. 이아미 기자

정부가 기업이 20년 이상 운영하는 장기 민간임대주택 모델을 제시했다. 전세제도의 부작용을 차단하고, 임대차 시장을 월세 위주로 재편하기 위해 자금력을 갖춘 임대 기업의 시장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임대료 상한 규제 폐지, 과세 중과 배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주택시장은 자가 60%, 임대 40%로 구분되며, 임대주택은 공공이 20%, 민간이 80%를 공급하고 있다. 이 중 민간임대시장은 현재 과도한 임대료 규제, 세제 중과 등으로 산업화하지 못하고, 비등록·개인 다주택자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민간임대시장의 영세화로 전세 사기 등 임차인 주거불안, 높은 재고 변동성, 가격 불안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공임대 역시 부지확보가 어려운 데다 사업성 부족 등으로 수요가 높은 도심지 공급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은 2035년까지 10만 가구, 복합개발 공공임대주택은 5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 민간임대주택은 리츠 등 법인이 대규모(단지별 100가구 이상)로 장기간(20년 이상)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크게 ▶자율형 ▶준자율형 ▶지원형 등 세 가지로 나눴는데, 자율형은 규제와 지원을 모두 최소화한 방식으로 임대료 규제를 모두 폐지한다. 준자율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5% 임대료 상한을 적용하는 대신 기금융자·지방세감면 등 혜택을 추가하는 형태이며, 지원형은 초기 임대료까지 제한(시세 95%)하는 대신 기금출자 등 공적지원 늘려주는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업의 여건에 따라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 선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인의 취득·종부·법인세 중과 배제는 공급 모델에 상관없이 모두 적용한다. 임대의무기간(20년)과 유형별 임대료 증액기준을 준수하는 경우 12%에 달하는 법인 취득세 중과를 배제하고, 종부세 합산과 20%인 법인세 추가과세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준자율형과 지원형은 추가로 취득·재산세 감면 혜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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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임대사업자가 원하면 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특화서비스 결합도 허용한다. 고령층 특화 장기임대주택 서비스인 ’실버스테이‘(가칭)가 대표적이다. 또한 장기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경우 공급 모델에 상관없이 용적률을 국토계획법 시행령 상한의 1.2배까지 상향하고, 특히 일반상업지역의 경우 하한 용적률을 80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건축물 용도, 공공임대 인수가격, 주차장 확보기준 등 규제도 완화해 기업 참여를 유인할 방침이다.

관건은 참여 기업의 확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소한의 규제만 두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충분히 수익구조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보험사 등의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보험사의 장기임대주택 직접 보유가 가능하도록 법령해석을 명확화하고, 보험사가 장기임대주택 보유 시 재무건전성 평가지표인 지급여력비율과 위험계수를 기존 25%에서 20%로 완화할 방침이다.

또한 5년 이상 운영 후 임대주택 전체를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넘길 수 있도록 양도인의 기존 세제 혜택 유지하고, 양수인 취득세 중과 배제도 적용한다. 기존 10년 민간임대 사업자의 경우 의사에 따라 신유형 장기임대(준자율형·지원형)로 전환도 허용한다.

이미 일본·미국 등 주요국의 민간임대주택 시장은 정부 정책지원과 안정적 수익처에 대한 기업 투자수요 등이 결합하면서 ‘대규모 장기임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전체 임대주택의 60% 이상을 임대 전문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1955년 설립된 건축회사 다이와하우스는 1989년 자회사로 다이와리빙을 설립해 임대주택을 운영하는데, 현재 68만 가구 이상을 임대 중이다.

국토부는 장기 민간임대주택이 뿌리내릴 경우 기존 전세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임대 기업이 대형화되고, 거래의 투명성이 확보되면 최근 급증한 전세 사기 등의 우려를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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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다만 장기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의 실현을 위해서는 민간임대주택법의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기업이 운영하는 임대주택의 임대료 상한 폐지 등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다수당인 야당에서 쉽게 협조해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임대차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20년 이상의 장기임대주택이 공급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런 공감대를 여야를 떠나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최대한 빨리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도 추진한다. 그동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를 중심으로 사업 대상지를 직접 발굴하거나 지자체 등 정부 기관과 개별적으로 협의하는 등 사업 추진 동력이 다소 부족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이에 30년 이상 노후화된 공공청사나 폐교 예정 학교용지 등에 대해 임대주택 등과의 복합개발 검토를 의무화해 추진 과정을 체계화하기로 했다. 이달부터 전체 대상기관에 후보지 조사를 시작하고, 2026년 착공이 가능한 선도사업 10개소를 10월 중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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