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이 지난달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000만 유튜버 쯔양의 사생활 정보를 다른 유튜버에게 넘기고 돈을 갈취한 혐의 등을 받는 최모(39) 변호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형사5부(부장 천대원)는 강요와 협박, 공갈, 업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최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한 언론사에서 기자로도 활동했던 최 변호사는 2021년 10월 민사 소송을 계기로 만난 쯔양의 소속사 대표 A씨가 쯔양과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고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인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31·구속 기소)에게 알렸다. 이후 구제역과 공모해 쯔양과 A씨가 연인 사이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영상을 올려 A씨를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최 변호사는 A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를 작성할 것처럼 협박해 A씨와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자문료로 15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2023년 2월엔 구제역에게 쯔양의 탈세와 사생활 관련 의혹 정보를 제공해 구제역이 쯔양 측으로부터 5500만원을 갈취하는 데 도움을 준 혐의도 있다. 같은 해 5월엔 직접 쯔양 측에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뒤, 언론대응 등 자문을 명목으로 2310만원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 변호사는 그해 7월 ‘위기관리 PR 계약’에 따라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쯔양의 탈세 의혹 등 정보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김세의 대표에게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최 변호사는 쯔양의 초상권을 침해한 기업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소송 상대방인 A씨를 알게 됐다. 그는 소송에 이길 목적으로 구제역에게 쯔양과 A씨의 사생활 정보를 제공하고, 기자 신분을 내세워 “불리한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해 A씨가 소송을 취하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와 법률자문계약을 맺고 친분을 유지하던 최 변호사는 쯔양 측이 A씨를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제기하자 A씨의 변호를 맡았다. 하지만 A씨가 최 변호사가 모르는 사이에 합의하자 두 사람의 분쟁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구제역에게 쯔양의 탈세 의혹 등 개인정보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구제역에게 법률 지식을 활용해 협박성 문구와 처벌을 피하는 방법까지 가르쳐 줬다고 한다.

구제역이 개인 정보로 협박해 5500만원을 갈취하자, 쯔양 측은 ‘A씨가 구제역에게 정보를 제공했다’고 오해해 A씨를 다시 고소했다. 형사처벌을 걱정하던 A씨는 2023년 4월 어머니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의 사망으로 소송대리 등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된 최 변호사는 A씨가 사망한 지 3일 만에 쯔양 측을 찾아가 협박하며 “내가 판매하는 탈취제를 무상으로 광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쯔양 측이 난색을 보이자 그는 대신 ‘위기관리PR계약'을 체결하고 자문료를 받기로 했다고 한다.

사이버 레커 범행 조직도. 수원지검

최 변호사는 지난달 가세연이 구제역과 다른 유튜버 주작감별사(본명 전국진·33·구속 기소) 등 이른바 ‘레커 연합’의 통화 내용이 공개하면서 쯔양 협박 논란으로 번지자 A씨의 지시로 정보를 제공한 것처럼 A씨의 유서를 조작해 유포하기도 했다. 또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을 쯔양에게 돌리려고 가세연에 쯔양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쯔양의 사생활 정보 등을 구제역에게 누설하고, A씨의 유서를 조작한 것 등은 변호사의 직업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이버 레커’의 약탈적 범죄 성향을 잘 아는 최 변호사가 구제역에게 쯔양의 민감한 정보를 제공해 갈취 범행을 방조했다”며 “스스로 전면에 나서기보다 지능적으로 유튜버를 조종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고 A씨의 유서를 조작해 A씨와 유가족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