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심장혈관 뚫다 심정지 빠졌다…"제때 치료 못받아 혈관 나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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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파업 장기화로 응급실 등 의료현장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한 환자가 들것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며칠 전 수도권의 A대학병원에서 비상이 걸렸다. 심장내과 의사가 70대 환자의 심장혈관을 뚫는 시술을 하다 환자가 심정지에 빠졌다. 시술을 중단하고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조치를 해서 겨우 살렸다. 그렇지만 심장 기능이 뚝 떨어졌다. 의료진은 인공 체외 심폐기(에크모)를 달았다. 이런 일이 더러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담당 의사는 "환자의 심장 혈관이 많이 나빠진 상태에서 시술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고 말한다.

전공의가 진료 현장을 이탈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심장·뇌 등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이나 시술에 악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형병원들이 외래진료를 축소하면서 진료가 지연됐고, 그러다 보니 병이 악화한 상태에서 시술을 받는 환자의 비중이 커졌다고 한다. A병원의 70대 환자도 몇 달 빨리 시술을 받았으면 심정지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B병원의 50대 심장내과 의사 C씨는 최근 부산과 광주의 환자에게서 e메일을 받았다. "심장혈관 상태가 안 좋아서 더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C의사는 두 환자뿐 아니라 중증 환자는 되도록 전원을 받지 않거나, 응급실을 통해 들어온 중증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려 한다. 전공의 이탈 이후 너무 힘들어서다. 월 3~4회 당직, 처방과 진료기록부 작성 등 전공의가 하던 일을 해야 한다. 그는 "중증 환자 스텐트 시술 후 입원하면 전공의가 중환자실이나 병실을 담당했으나 지금은 내가 해야 한다. 게다가 중환자실이나 병실 당직을 서는 다른 교수에게 부담을 안기기 미안해서 중증 환자 전원을 안 받는다"고 말한다.

특히 당직이 문제다. 24시간 꼬박 당직한 후 다음날 쉴 수도 없다. 오전에 10건가량의 스텐트 시술을 하고, 오후에 외래진료를 한다. 그는 "시술할 때 실수할까 봐 두렵다"며 "최근 당직 후 당일 외래진료하던 의사가 쓰러졌다"고 말했다.

뇌 수술도 크게 줄었다.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혈관 색전술(시술)을 받은 환자가 지난해 1~5월 7957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6481명으로 18.5% 줄었다. 뇌동맥류 수술 감소는 더 심하다. 지난해 1~5월 3023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2010명으로 33.5% 줄었다. 마취과 전공의 이탈과 전문의 사직, 남은 의사의 번아웃(소진), 중환자실 의사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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