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딸 끝내 못찾고 떠났다…김우빈도 애도한 '송혜희 아빠'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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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딸 송혜희씨를 찾아나선 아버지 송길용(71)씨가 26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2016년 송씨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송길용(71)씨는 25년간 전국을 돌며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라고 외쳤다. 그의 유일한 바람은 실종된 딸 송혜희씨를 찾는 것. 송씨는 끝내 딸을 찾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28일 송씨의 빈소를 찾은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나주봉 회장은 “자식 걱정만 하던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버지였다”며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서 실종된 자식을 찾는 사람은 송씨밖에 없었다. 너무 황망하고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엔 송씨가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만큼 고인을 기리는 무거운 발걸음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경찰청 청소년보호과, 아동권리보장원, 배우 김우빈씨의 조화가 빈소에 있었다. 김우빈 소속사 측은 “‘송혜희씨를 찾는다’는 플래카드를 평소에 본 적이 있었는데 부고 소식을 전해 듣고 애도 차원에서 조화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지난 26일 오후 12시 20분쯤 경기 평택의 한 사거리에서 운전을 하던 중 마주 오던 덤프트럭에 치였다고 한다. 송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송씨가 그간 지병을 앓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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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딸 송혜희씨를 찾아나선 아버지 송길용(71)씨가 26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송씨의 최근 병원 내역 등을 토대로 심정지 상태로 인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이찬규 기자

송씨의 딸 혜희(당시 17세)씨는 1999년 2월 경기 평택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해 집으로 가던 중 행방불명됐다. 이후 송씨는 자나 깨나 혜희씨를 찾겠다는 생각만 했다. 생전 송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혜희는 어딘가 분명 살아있을 것이다. 눈 감기 전에 한 번이라도 꼭 보고 싶다”며 “지금도 우리 혜희만 찾을 수 있게 해준다면야 목숨도 기꺼이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25년 동안 딸을 찾아 헤맸다. 과거 허리 수술을 받고 뇌경색이 발병했을 때에도 딸을 찾았다. 2주 전 심근경색과 코로나19 등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은 직후에도 딸을 찾기 위한 전단지 제작을 의뢰했다. 매주 4000장이 넘는 전단지를 제작했다고 알려졌다.

송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배포했고 플래카드를 설치했다. 그가 몰던 차량엔 혜희씨 사진을 붙였다. 딸이 실종된 장소 인근을 숱하게 찾아다녔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전단지와 플래카드엔 이미지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성인 혜희씨의 모습도 담겼다. 현수막은 전국 곳곳에 200여개가량 걸려 있다고 한다.

송씨 유족 측은 “그동안 관심을 가져 주셨던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발인은 29일 오전 6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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