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내겐 두 다리가 있다, 센강 앞에 선 김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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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이 없는 김황태는 수질 논란으로 뜨거웠던 파리 센강의 물결을 몸통과 다리만으로 헤엄쳐 나가야 한다. 그래도 그는 “오염된 물이 날 막을 순 없다”며 의지를 다졌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살아남는 게 목표에요. 어떻게든 완주하겠습니다.”

집념의 철인 김황태(47·포스코퓨처엠)는 웃으면서도 비장하게 말했다. 양팔이 없는 그는 수영 경기 장소인 파리 센강의 물결을 몸통과 다리 만으로 거슬러 올라야 한다.

앞서 막을 내린 파리올림픽에서 수영, 사이클, 크로스컨트리를 차례로 하는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이 ‘뜨거운 감자’였다. 수영 경기를 치른 센강이 대회 전부터 수질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경기를 강행했지만 참가 선수 중 일부가 구토를 하고 피부염과 위장염을 앓는 등 불상사가 속출했다.

29일 개막한 패럴림픽에서도 같은 장소에서 트라이애슬론 수영 경기가 열린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스포츠등급 PTS3 종목에 김황태가 나선다. 올림픽 쿼터 랭킹 9위에 올라 한국인 최초로 패럴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장애인 트라이애슬론은 비장애인 경기보다 짧은 거리(수영 750m, 사이클 20㎞, 육상 5㎞)에서 경쟁한다. 양팔이 없는 김황태는 숨을 쉴 때 발을 힘차게 차면서 머리를 드는 요령으로 수영한다. 다른 선수보다 많은 양의 물을 마실 수밖에 없다. 그래도 김황태는 센강 수질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인생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패럴림픽인데, 오염된 물이 날 막을 순 없다”고 했다.

김황태는 2000년 전선 가설 작업을 하다 고압선에 감전돼 두 팔을 잃었다. 술독에 빠져 비관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후 달리기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았다. 사고 후 3년 만인 2003년에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한 뒤 패럴림픽 출전을 목표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김황태는 “당시 딸 유림(20)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생활기록부에 ‘아버지 직업’란이 있었는데 쓸 게 없었다. ‘국가대표’라는 네 글자를 넣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마라톤, 태권도, 노르딕 스키에 잇달아 도전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찾은 종목이 트라이애슬론이다. 수영은 힘들지만, 달리기와 사이클은 자신 있었다. 쉬지 않고 국제대회에 나가 랭킹을 끌어올린 끝에 파리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김황태의 목표는 메달이 아니다. 그는 “원래 목표가 10위였는데 11위로 바꿨다. 와일드카드 선수가 1명에서 2명(난민 선수단, 중립패럴림픽선수단)으로 늘어 11명이 출전한다. 내 목표는 완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PTS3 등급은 장애 정도가 가장 심한 선수들이 나서지만, 그 중에서도 두 팔이 모두 절단된 선수는 거의 없다. 사이클은 의수를 사용할 수 있지만, 수영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김황태는 다른 선수들과 견줘 수영 기록이 크게 뒤처진다. 김정호 감독은 “센강 상류는 유속이 빠르다. (팔이 없는) 김황태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다”고 했다. 김황태는 “(수영 종목에서) 보통 내 기록이 18~19분대다. 그런데 지난해 센강에서 경기를 했을 때 27분대가 나왔다”고 했다.

유속이 너무 빠를 경우 경기 방식이 바뀔 여지도 있다. 조직위원회는 문제가 없다면 상·하류 왕복을 하되, 유속이 빠르면 상류에서 하류로만 가는 플랜B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최악의 경우엔 수영을 빼고 달리기를 두 번 하는 ‘듀애슬론’을 플랜C로 준비했다. 김황태는 “플랜B나 C를 적용한다면 메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집념의 철인 김황태

◦ 생년월일 1977년 1월14일
◦ 장애 2000년 감전 사고로 양팔 절단
◦ 참여 종목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 세계랭킹 PTS3등급 7위
◦ 소속 포스코퓨처엠
◦ 핸들러( 준비 과정을 돕는 사람) 아내 김진희씨
◦ 주요 수상
2022 전국장애인체전 철인3종 금메달
2024 아시아 장애인선수권 수빅 베이 금메달
2024 세계 트라이애슬론 장애인 시리즈 요코하마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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