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Cooking&Food] 식빵·과자부터 라면·국수까지…맛과 건강 둘 다 잡은 ‘쌀 가공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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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들, 쌀로 만든 다양한 ‘글루텐프리’ 제품으로 영역 확대

식빵부터 라면, 국수, 과자, 만두, 음료까지. 요즘 식품업체들이 내놓은 먹거리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쌀’이다. 밀가루 식품의 대표 주자인 빵·국수·프리믹스는 가루쌀로 만들어 ‘밀가루 제로’를 내세우고, 나아가 쌀로 만든 식물성 음료와 빨대까지 출시됐다. 밥이나 떡, 누룽지, 술에만 머물던 쌀 가공식품의 영역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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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현주(28)씨는 종종 쌀로 만든 빵을 구매한다. 그는 “바쁘기도 하고 밥을 챙겨 먹는 게 귀찮아 종종 빵으로 끼니를 때웠는데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졌다”며 “하지만 워낙 빵을 좋아해서 찾아보니 쌀로 만든 빵이 생각보다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건강을 생각해 쌀 가공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 19를 겪으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플레저’에 이어, 건강을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헬스디깅’ 등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빵을 고를 때도 성분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이다. 이들은 식품 정보를 꼼꼼히 살피는데, 단백질이나 당뿐 아니라 글루텐 함량도 따진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글루텐프리로 올라온 게시글은 31만9000개, 직접 밀가루를 언급한 #밀가루끊기를 태그한 게시글 수는 3만9000개에 이른다.

다이어터들에게 주목받는 키워드 ‘글루텐프리’

최근 글루텐프리는 다이어터들에게도 주목받는 키워드다. 실제로 글루텐프리 베이커리 전문기업 ‘달롤컴퍼니’ 관계자는 “코로나 전인 2017년도만 해도 아이가 있는 주부들이 주로 글루텐프리인 달롤의 빵을 구매했다면 최근엔 빵은 먹고 싶지만,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 밀가루를 피하고 싶은 젊은 층의 소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모델 한혜진이 유튜브에서 추천 아이템으로 소개한 달롤의 바질토마토식빵은 이후 다이어터들에게 입소문이 나며 불티나게 팔렸다.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닐슨아이큐코리아의 이두영 상무는 “서유럽이나 북미지역에서는 이미 자연주의와 건강한 원료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미 매스 시장으로 진입해 규모도 크고 제품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가루쌀 사용한 제품 지속적으로 출시  

식품기업들이 속속 글루텐프리 제품을 선보이며 한국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샘표는 2012년 밀가루를 넣지 않고 만든 쌀소면을 출시했는데,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2년엔 현미를 더한 ‘현미쌀소면’을 선보였다. SPC삼립은 지난해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가루쌀휘낭시에를 내놨는데, 출시 당시 전량이 소진되며 인기를 끌었다. 밀가루는 넣지 않고, 가루쌀을 사용해 부드러우면서 촉촉한 식감을 구현했다. 당시 함께 출시한 식빵은 가루쌀을 활용하고 따뜻한 물로 반죽하는 탕종법으로 찰진 식감을 살렸다. 호응에 힘입어 삼립은 오는 9월 와플과 스틱빵 등 4개의 가루쌀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인기 비결은 맛. 건강만 내세워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SPC관계자는 “가루쌀엔 글루텐이 없어 베이커리 반죽 과정 중에 반죽이 처지고 제품 노화가 빠르기 때문에 쌀의 쫀득한 식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또 가루쌀을 넣은 식빵은 탕종법을 이용해 제품의 보습성 및 노화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제품 개발 지원에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1985년부터 쌀 소비량은 매년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4kg으로 10년 전인 2013년(67.2kg)보다 10kg 넘게 감소했다. 서구화된 식습관의 확산과 외식의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더는 ‘밥심’만 강조해서는 쌀 소비를 늘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개발한 새로운 품종인 가루쌀 ‘바로미2’다. 가루쌀은 쌀을 간 쌀가루와는 다르다. 가공에 적합한 품종으로 개발한 것으로, 기존 밥쌀이 물에 불려 가공해야 했던 것과 달리 가루쌀은 밀과 비슷한 곡물 성질을 가지고 있어 바로 빻아 사용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가루쌀 제품화 지원 사업’ 전개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루쌀 제품화 지원 사업’대상자로 식품외식업체 30곳을 선정했다. SPC삼립,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하림산업, 성심당, 런던베이글 등이 참여했다. 앞서 소개한 SPC삼립의 휘낭시에 역시 정부 사업에 협력해 선보인 것. 참여 기업들이 하나둘 가루쌀 활용 제품을 내놓고 있다. 농심은 지난 6월 ‘별미볶음면매콤찜닭맛’을 출시했는데, 국산 가루쌀을 함유한 튀기지 않은 건면을 사용했다. 농심 관계자는 “제품을 맛본 소비자들은 일반적인 라면과 달리 쫄깃한 면 식감을 인상적인 요소로 꼽았다”고 전했다. 오뚜기는 대표적인 라면 스낵인 뿌셔뿌셔에 가루쌀을 더한 마라맛을 내놨다.

가루쌀을 활용한 음료도 나왔다. 신세계푸드는 가루쌀과 현미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음료 ‘유아왓유잇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를 출시했다. 식이섬유와 칼슘은 풍부하지만 글루텐은 포함되지 않은 데다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임경록 신세계푸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최근 유당불내증과 콜레스테롤 등으로 불편함을 겪는 소비자뿐 아니라 가치소비를 선호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식물성 음료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이에 맞춰 제품을 출시했다”며 “특히 국산 가루쌀로 만들어 농가와의 상생 및 국산 쌀 소비 촉진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만큼 판매 채널 확대와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업에 글루텐프리는 건강이라는 트렌드뿐 아니라 차별화까지 꾀할 수 있는 키워드라는 분석이다. 이두영 상무는 “차별화가 쉽지 않은 식품 카테고리에서 차별화를 시켜야 하는 어려움에,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상승으로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건강한 원료 사용으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은 소비자가 받아들이기 쉬운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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