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신문의 일갈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정부 묵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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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바현 후나바시 마고메 영원(靈園)에 있는 간토대지진 희생동포 위령비. 1947년 세워졌다가 1963년 이전됐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관련 비석 가운데 크고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8일 모습. 연합뉴스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 자행된 조선인 학살을 외면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도쿄도를 향해 아사히신문이 30일 “조선인 학살 사실의 묵살은 용서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오는 9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8년째 별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와 조선인 학살 기록이 없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가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사실을 직시하고 교훈으로 삼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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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인 1923년 9월 1일, 도쿄·요코하마를 비롯한 일본 간토 지방을 진도 7.9 대지진이 강타했다. 사망자 10만명, 이재민이 340만명에 달했다. 간토 지역에 머물던 조선인들은 더 끔찍한 재앙을 맞았다. ‘조선인이 폭탄을 던져 화재가 계속되고 있다’ ‘우물에 독을 탔다’ 등 유언비어가 퍼졌다. 당시 여러 기록에 따르면, 일본 군인과 경찰의 총·칼·죽창에, 산채로 불태워져 학살된 조선인의 수가 6661명에 달한다. 미국 뉴욕트리뷴, 영국 맨체스터 가디언 등 외신 기사로도 알려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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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사히신문 30일 자 사설. 아사히 신문 캡처

아사히는 “유언비어를 믿은 시민과 군·경찰에 의해 많은 한반도 출신의 사람이 살해된 것은 당시 보고서나 체험자 수기 등에서 분명하다”고 했다. 그 학살 배경에는 조선인에 대한 경계심과 잠재적 차별 감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토대지진 당시 희생된 이들을 모두 합해 애도하고 있는 고이케 지사에 대해 “학살과 재해는 다르다”며 “고이케 지사 태도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묵살하는 학살 부정론과 통한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고이케 지사가 지금까지 딱 한번 보낸 지난 2016년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에서 “불행한 사건을 두 번 반복하지 않고 누구나 안전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도록 세대를 뛰어넘어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혔던 것이 ‘당연한 역사 인식’이라고 강조했다.고이케는 이듬해인 2017년부터는 조선인 학살 희생지를 위한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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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발생한 간토대지진 직후 일본인에 의해 자행된 조선인 학살 사실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일본 공문서가 확인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지난해 12월 2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언론인 와타나베 노부유키 씨는 방위성 방위연구소 사료실에서 간토대지진 직후 조선인 40여 명이 살해됐다고 기록된 '간토지방 지진 관계 업무 상보'를 찾아냈다. 연합뉴스

아사히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정부는 학살에 대해 정부 내에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고 애매한 태도다”고 지적하며 ‘간토 계엄사령부 상보’, ‘도쿄 백년사’ 등 학살 기록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일부 불확실함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학살 자체를 유야무야하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실을 인정하고 유언비어에 의한 살상이 왜 일어났는지 조사해 조선인을 포함한 외국인 희생자 실태를 밝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사히는 이날 사설을 “사실과 마주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계속 결의하는 것의 중요함은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제언하며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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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도 스미다구 아라카와 인근에 있는 간토대지진 한국·조선인 순난자 추도비 앞에 지난해 8월 29일 꽃과 음료수가 놓여 있다. 비석은 일본 시민단체 봉선화가 2009년 세웠다.연합뉴스

그간 일본 정부는 간토대학살에 대한 정부 책임설에 “사실관계를 파악할 기록이 없다”(2017, 아베 신조 총리)며 부인해왔다. 이날도 일본 정부는 ‘눈먼’ 답을 내놨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사히신문 기자로부터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정부 내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할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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