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물 아낀 인천공항…법원 "인천시는 230억원 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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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 작업 중인 비행기.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중앙포토

인천공항이 처음 문을 열 때 예상한 것보다 물 사용량이 적어, 인천시가 인천공항에 약 230억원을 돌려줘야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호성호)는 지난 16일 인천공항공사가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낸 약 229억원 규모의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반환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인천공항공사는 2001년 문을 열 당시 미래의 상수도 건설 비용까지 합쳐 미리 인천시에 돈을 냈는데 “계획보다 물을 덜 썼고 앞으로도 수도시설 증설이 필요없을 것 같으니 남는 돈을 돌려달라”며 지난해 8월 소송을 제기했다.

공항 위해 만든 영종도, 24㎞ 정수장 수돗물 끌어온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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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촌정수장~인천공항 1터미널까지의 경로. 육로로는 약 29㎞ 거리이고, 인천공항이 2001년 개항을 앞두고 새로 바다 밑을 거쳐 육지에서 수돗물을 끌어오는 공사를 한건 약 24㎞ 구간이다. 사진은 육로 경로 표시. 네이버 지도 캡쳐

인천공항공사가 돌려달라고 하는 돈은 수도법 71조에서 정한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이다. 대규모 주거‧상업‧공공시설 등을 지을 때, 그 시설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새로 정수장 또는 송수관 등을 지어야 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 이 때 이 공사는 지자체와 시설이 나눠서 낸다. 공공에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지자체도 비용부담을 하지만, 대량 수요를 발생시킨 원인자도 함께 돈을 부담하라는 개념이다.

인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는 인천공항을 짓기 위해 여러 섬 사이를 메워 만든 거대한 섬으로, 섬 내 별도의 정수시설이 없고 인천 서구의 공촌정수장에서 정수한 수돗물을 끌어다 써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2002년 공촌정수장부터 송수관로 등 설치공사비를 인천시와 분담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2005년 1단계 사업을 완료하고, 이후 수요 증가에 따라 2단계(2010년), 3단계(2020년) 공사를 추가로 더 하기로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677억 4500만원을 인천시에 지급했다. 이미 공사가 완료된 1단계 분담금(448억원)에 2단계 사업비 일부를 미리 더해 준 것이다.

하루 2000만 리터 물 재사용… 예상치 절반도 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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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세척 작업.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중앙포토

막상 공항 운영을 시작한 뒤, 인천공항의 물 수요가 당초 예상만큼 크게 늘어나지 않은 점이 변수였다. 계약 당시 예상한 인천공항의 하루 상수도 수요는 2005년(1단계) 3만2200㎥, 2010년(2단계) 5만400㎥, 2020년(3단계) 6만 9900㎥까지 증가할 것으로 봤다. 화장실·조경·청소 등 기본 설비 운영은 물론 비행기 세척, 활주로 청소 등을 위해 물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날 거라 본 것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이 개항 초기부터 중수처리 시설을 설치해, 하루 최대 2만㎥의 중수를 세정·조경·잡용수 등을 중수로 사용하면서 수돗물수요가 그만큼 늘지 않았다. 인천공항의 실제 물 사용량은 2014년 9400㎥, 제2터미널을 개항한 2018년 1만6800㎥에 그쳤다. 인천시가 수도계획을 세우며 예상한 수요도 2020년 2만 1200㎥→2025년 2만 7600㎥→2030년 3만 2300㎥으로 1단계 설비수준을 거의 넘지 않았다. 이에 인천공항은 “우리는 2단계 공사가 필요없으니 미리 낸 공사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인천시가 거절해 지난해 소송으로 번졌다.

영종도 인구가 늘면서 추가 공사를 이미 진행 중이었던 인천시는 "해당 공사가 인천공항과 협약한 2단계 공사와 같다"는 논리로 돈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천공항은 그간 상수도 사용량으로 봤을 때 2단계 공사에 대해서는 원인 제공의 책임이 없다”며 “앞으로도 인천공항이 2단계 공사를 필요로 할 가능성이 낮아보이고, 원래 계획했던 사업 만기 2020년을 넘겼으니 남은 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인천공항이 소송을 제기한 시점부터 1심 선고일까지 연 5%, 이후 연 12%의 이자도 내야 해 9월 1일 기준으로 이자만 약 1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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