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대선토론 앞 '아킬레스건'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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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토론을 앞두고 발언 시간 후 마이크 음소거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토론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도 구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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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예상 쟁점은 기존의 경제·이민 정책 외에도 천연자원 개발과 낙태, 마약 문제에 대해 입장이 달라진 이유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상대할 수 있느냐와 관련한 외교·안보 문제까지 확장됐다.

美대선서 집중 언급되는 김정은

김정은을 대선에 끌고 온 이는 트럼프다. 그는 지난 7월 18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부터 “핵무기를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내면 좋은 일”이라며 “김정은과 잘 지냈고 미사일 발사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식한다는 돌발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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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인사한 뒤 남측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해리스는 지난달 22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이나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해리스가 연설에서 푸틴 외에 유일하게 독재자로 실명 거론한 게 김정은이었다.

그러자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다시 김정은과 잘 지내는 것은 “현명한 일”이라며 “해리스가 시 주석과 북한, 러시아를 다룰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외교·안보 분야를 다뤄본 경험이 적은 해리스가 김정은 등을 상대하기 어려울 거란 주장이다.

트럼프는 또 지난달 26일 아프가니스탄 철수 때 발생한 카불 공항 테러(미군 13명 사망) 3주년 추모식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었다.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안보 실패를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국립묘지 내 정치행위’ 역풍

그러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국립묘지에서 연 행사는 역풍을 불러오는 분위기다. 해리스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분명히 말하지만 전직 대통령(트럼프)은 정치적 이목을 끌기 위해 성스러운 장소를 모독했다”며 “이곳은 정치를 위한 장소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해리스는 이어 “트럼프는 전사한 군인들을 ‘멍청이’, ‘루저’라고 부르고 명예훈장 수상자를 폄하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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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대린 테일러 후버의 할아버지 빌 바넷(왼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며 후버 하사를 기리는 화환을 놓고 있다.AP=연합뉴스

민주당도 공세에 동참했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제이미 래스킨(메릴랜드) 의원은 트럼프의 국립묘지 행사가 연방법이나 묘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트럼프가 당시 행사를 대선 캠페인 광고에 사용될 것을 알렸는지 등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했다. 보훈 관련 사안은 전통적으로 보수당인 공화당이 강점을 보여왔던 분야인데, 민주당이 되치기를 시도하는 셈이다.

환경 강조했던 해리스 ‘프래킹’ 논란

역으로 해리스 역시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활용해온 환경 분야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과거 환경 오염을 이유로 금지하겠다고 했던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프래킹(fracking·수압파쇄법)을 이제 금지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해리스는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때 트래킹을 반대했지만, 부통령 후보가 된 뒤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기로 한 바이든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왔다. 지난달 29일 CNN 인터뷰에서도 “부통령 때도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돼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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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 카말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지난달 29일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래킹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산지 중 하나이자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 유권자들이 찬성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유세에서 “해리스는 곧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게 될 것”이라고 조롱하며, 해리스에게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사람이란 프레임을 씌웠다.

트럼프도 여성 표심 ‘눈치’

민주당은 낙태 등 여성의 재생산 권리와 관련해 트럼프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낙태 권리를 확대하고, 체외인공수정 비용을 정부나 보험사가 부담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수 진영의 반발로 하루 만에 “플로리다주에서 낙태 권리 확대 투표에 반대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민주당은 공세의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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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사바나-힐튼 헤드 국제공항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선거 행사 전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캠프는 즉각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뻔뻔한 거짓말”이라며 “생식권에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JD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트럼프가 집권하면 여성의 권리가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트럼프가 정치적 이득을 위해 낙태에 대해 입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법을 트럼프가 모방하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젊은층의 표심을 의식해 입장을 바꾸는 데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엄벌 의사를 강조해왔던 마약류와 관련 “마리화나의 공공장소 흡연은 금지하되, 소량 소지로는 처벌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는 민주당의 입장과 사실상 동일하다.

약점 노출된 토론…‘음소거’ 손익계산

서로의 약점이 노출되면서 오는 10일 ABC 주최 TV토론회의 규칙을 놓고 양측은 손익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핵심은 발언 시간이 끝난 뒤 마이크를 끌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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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은 음소거 규칙에 반대해온 가운데 이날은 해리스가 직접 “토론 내내 마이크를 켜는, 투명한 방식으로 토론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6월 바이든과 트럼프의 첫 TV토론 때 합의했던 규칙을 바꾸자는 제안이다. 법조인 출신 해리스의 입장에선 음소거 없는 ‘끝장 논쟁’ 방식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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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라크로스에서 툴시 개버드 전 민주당 하원의원과 타운홀 미팅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트럼프는 “음소거는 내게 중요하지 않고, 마이크를 켜는 게 나을 수 있다”면서도 “(6월)CNN 토론과 동일한 규칙에 민주당과 합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음소거 규칙이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합의된 규칙을 바꾸려고 시도하는 쪽이 해리스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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