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배터리 화재? 전고체도 대안 아니다…전극 단위 모니터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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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배터리 기술 라이센싱 기업 24M테크놀로지스의 나오키 오타 회장이 지난달 27일 방한해 배터리 화재 방지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24M

인천 청라 벤츠 전기차 화재사고 이후 ‘안전성’은 전기차와 배터리의 품질 평가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들도 그동안은 1회 충전당 주행거리를 향상하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키우고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에 집중했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배터리 화재 위험을 낮출 기술 개발 기업들에 관심이 주목되는 배경이다.

美 배터리 기술 라이센싱 기업 #나오키 오타 24M 회장 인터뷰

미국의 배터리 기술 지식재산(IP) 기업 24M테크놀로지스도 그중 하나다. 배터리를 직접 제조하지 않고, 기술만 설계한다. 반도체 산업의 설계자산(IP)·디자인하우스 같은 역할이다. 나오키 오타 24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중앙일보와 만나 “(일각에서 해법으로 기대하는)전고체 배터리도 근본적으로 화재를 막을 수는 없다는 연구가 최근 나오고 있다”라며 “배터리셀의 양극과 음극을 정밀 모니터링해 이상이 감지되면 배터리 내부 에너지 흐름을 차단하는 게 근본 해법”이라고 말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가연성인 전해액을 고체로 바꾼 배터리로 국내 배터리 3사 등이 연구개발 중이다. 전해질은 분리막을 투과해 리튬이온을 양극과 음극으로 전달하는데, 전해질이 고체로 바뀌면 분리막이 필요없어 배터리 부피가 줄고 더 안전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나오키 회장은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들과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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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배터리 기술 라이센싱 기업 24M테크놀로지스의 나오키 오타 회장(왼쪽)과 리차드클레보스키 CFO·COO. 사진 24M

24M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실험실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옛밍 치앙(Yet-Ming Chiang) MIT 재료과학·공학과 교수의 반고체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2010년 설립됐다. 독일 폭스바겐, 일본 교세라 등으로부터 약 4억 달러(약 5360억원)를 투자받았다. 리튬이온 배터리 전문가인 나오키 회장은 미국 첫 의료·항공용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업체 퀄리온을 공동 창업했다가 2012년 24M에 합류했다.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크게 양극재·분리막·음극재 등으로 구성돼있다. 리튬이온이 양극→음극으로 이동하며 충전되고, 반대로 환원되며 방전된다. 문제는 분리막 훼손으로 양극과 음극이 서로 닿으면 화재·폭발 등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다음은 나오키 회장과 일문일답.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를 막을 기술은 없나
“배터리 화재 원인을 100% 규명하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불이 나면 모두 다 타버리기 때문에, 원인을 추정할 뿐이다. 배터리의 음극에 ‘덴트라이트’(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 틈새)가 만들어지고, 이 틈이 점점 커지면서 분리막을 훼손해 ‘내부 회로 단락’(Internal Short Circuit)이 일어나 음극과 양극이 직접 맞닿을 때 화재가 발생한다. 분리막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게 화재 예방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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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배터리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포스코, LG에너지솔루션 등]


-전고체 배터리가 나오면 더 안전해질까
“분리막 업체들이 양극재와 음극재의 직접 접촉을 막기 위해 집중 연구한 게 전고체·반고체 분리막 기술이다.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바꾸면 덴트라이트 확산을 막을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덴트라이트 침투를 못 막는다는 연구가 지난해 6월 ‘네이처’에 실렸다. ‘전고체 배터리’도 100% 안전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전고체도 안 된다면 다른 해법은?
“24M은 분리막 신소재로 해결책을 찾았다. 절연성이 뛰어나면서도 리튬이온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는 폴리에스터 기반 소재로, 양극·음극의 접촉으로 인한 화재를 막을 수 있다. 전극 단위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내부 회로 단락이 감지되면 바로 에너지 흐름을 차단할 수 있다. 혹시나 배터리 화재·폭발이 발생했더라도, 원인을 규명하고 셀 결함의 책임 소재를 확인하기 수월해진다.”

통상 분리막 소재로는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분자 소재가 사용되는데, 24M은 이를 폴리에스터 기반 소재로 바꿔 덴트라이트 확산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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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제품에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인가
“일본 교세라, 중국 악시바(Axxiva) 등과 제품 제조단계의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내년 제품이 나온다. 한국의 배터리 3사(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등 자동차회사와도 협력하려고 논의 중이다. 프로토타입 제품 제조와 기술 적용에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적격성 검사 기간에 따라 상용화 시점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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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분리막 ‘임페르비오’가 적용된 배터리의 경우 외부 충격이 발생해도 양극과 음극의 직접 접촉을 막을 수 있어 화재 예방이 가능하다. 사진 2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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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M이 개발한 신소재 분리막 ‘임페르비오’. 사진 24M

-한국에서는 최근 화재 예방 방법으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관심이 많다
“집안의 모든 전원을 관리하는 ‘두꺼비집’(회로차단기)이 있고, 방마다 스위치가 있지 않나. BMS는 회로차단기 역할일 뿐 각 방의 전원에 문제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덴트라이트 생성을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양·음극 단위에서 모니터링하고 불안정한 부분을 차단하면 99%의 배터리 화재·폭발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주목하는 미래 배터리 기술은 뭔가
“재활용 배터리 기술이다. 우리의 반고체 배터리 기술은 화학 중립적인 전극을 만들어 비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 전극과 팩을 직접 연결해 셀 생산, 패키징 비용을 아끼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기술도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먼저 개발됐지만 수명이 짧아 상용화되지 못했던 리튬금속 배터리의 상용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 IP 기업으로서 목표는? 
“배터리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기업마다 전문 분야가 다르다. 24M은 기술 개발 기업으로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배터리 기술을 만드는 게 목표다. 기술 라이센싱을 통해서 배터리 파운드리 업체나 종합배터리제조사 등과 다양하게 협업한다는 게 우리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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