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지지자랑 말 안해"…옛 친구까지 공격하는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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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실리콘밸리가 미국 대선 지지 후보를 두고 분열하는 양상이다. 여느 대선보다 기술산업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공개적인 갈등이 기업 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이런 경향성이 강해지고 있다. 신문은 "대선을 앞두고 기술계 거물들이 친구와 동료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며 "정치적 분열로 기업 관계가 냉각되고 오랜 우정이 시험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주로 X(옛 트위터)에서 대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VC) '코슬라 벤처스'의 CEO인 비노드 코슬라에게 "미쳤다(deranged)"는 폭언을 던졌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코슬라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깎아내리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나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비노드는 "트럼프가 제3 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에게 대선을 포기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대가로 차기 행정부의 중요 직책을 약속했다"고 주장했었다. 이와 관련, 머스크는 비노드에게 "트럼프에 대해 광분하는 것을 제발 멈춰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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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X에서 일론 머스크와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 벤처스 CEO 사이에서 정치적 논쟁이 오갔다. 사진 X 캡처

반대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기업용 소셜미디어(SNS)인 '야머'의 창업자 데이비드 삭스는 트럼프와 케네디가 악수하는 사진을 올려 비난에 시달렸다. 클라우드 서비스기업 '박스'의 CEO 에런 레비는 삭스에게 "나이퀼(감기약)에 취했냐"라는 냉소까지 퍼부었다.

그러자 삭스는 "한 표도 받지 못하고 인터뷰도 하지 않는 후보(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가 프롬프터에서 '창업자' 한 단어를 읽었다고 기절했군"이라고 응수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가상화폐 사업가 등 실리콘밸리의 큰손들을 끌어들이려 유세에서 감언이설을 하고 있다는 공격이었다.

이들은 공개 석상에서도 갈등을 숨기지 않았다.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만은 지난 7월 유서 깊은 투자 행사인 선밸리 컨퍼런스에서 "정치적인 견해 때문에 전 동료들과 더이상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호프만이 언급한 전 동료는 과거 페이팔을 함께 창업해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릴 정도로 끈끈한 사이였던 피터 틸과 머스크다. 호프만은 이들이 트럼프 캠프를 지원하면서 멀어졌다.

기부금만 수천억…관심만큼 갈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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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로이터=연합뉴스

실리콘밸리는 이번 대선에서 양당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WSJ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실리콘밸리가 모금한 정치자금은 해리스 캠프의 경우 2억400만 달러(약 2700억원), 트럼프 캠프는 4750만 달러(약 600억원)에 달했다.

WSJ은 "역사적으로 좌파 성향을 띄었던 기술산업에서 이런 내분이 일어난 것은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머스크가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면서 과거와 달리 실리콘밸리 내에서도 공화당 지지층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해리스가 기술 친화적인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은 "해리스가 부유한 개인과 기업에 대해 세금을 인상하고 암호화폐 같은 신산업 기술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계속되는 갈등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게임업체 징가의 공동창업자 마크 핀커스는 링크드인에 "두 후보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며 "각자 자기편만 옳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모두 너무 멀리 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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