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주사와 싸우는 자회사…진흙탕 분쟁에 멍들어가는 한미약품

본문

17251823712159.jpg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의 모습. 중앙포토

한미약품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며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의 손을 들어줬던 개인 최대주주(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가 7월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3자 연합’을 구성하며 무게추가 옮겨간 여파다. 형제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3자 연합은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을 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대주주 간 다툼이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갈등으로 번지며 기업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자 연합, 한미약품 독립선언

17251823713639.jpg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 이후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기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일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주사에 위임했던 인사 부문 업무를 신설 조직에 이관하는 등 독자 경영 수순을 밟고 있다. 자회사 대표가 이사회 결의 없이 지주사와 업무 위탁계약 해지를 결정하고 이를 위해 부서를 신설한 것은 해사 행위이자 배임이라는 것이 한미사이언스의 주장이다. 한미사이언스는 고(故) 임성기 창업자의 차남인 임종훈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 중이다.

한미약품의 대주주는 한미사이언스(지분 41.42%)이며, 국민연금(9.27%),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7.72%)이 주요 주주 명단에 올라 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대주주인 지주사와 그룹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단독 행동을 하고 있다”며 “그룹 전체의 기업 가치와 주주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지난 29일 박 대표의 사장 직위를 전무로 강등했다.

“해사 행위” vs “문제없어”

17251823715016.jpg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지난 3월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미약품은 지주사의 한미약품 대표 직위 강등 인사는 모두 무효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원칙과 절차 없이 강행된 (지주사)대표의 권한 남용의 사례”라며 “박재현 대표의 권한과 직책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한미약품의 독자 경영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주사가 수수료를 받고 대행하던 인사·법무 등의 업무를 독립시켜 별도 조직을 만드는 것은 법적 장애가 없는 행위”라며 “조직 신설에 관해 이미 임종훈 대표와 협의한 바 있으며 ‘전문 경영인 체제의 독립성 강화’가 왜 강등의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대주주 의중에 오락가락

주총 표 대결 이후 일단락된 듯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된 배경엔 형제 측을 지지했던 신 회장이 다시 모녀 측에 힘을 실어주며 힘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신 회장은 중앙일보에 “오너가(家)는 후방으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이 나설 때”라며 이를 위해 모녀 측과 공동 의결권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대주주 3자 연합(지분 합계 39.24%)은 한미사이언스 이사 수를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자며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9명)는 형제 측 인사가 과반(5명)을 이루고 있다. 3자 연합은 이사 수 증원과 함께 신규 이사 3명을 추천·선임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형제 측인 한미사이언스는 “이사 수 증원의 명분이 없다”며 임시 주총 소집에 반대하고 있다. 3자 연합은 이사 수 증원이 어렵더라도 현재 공석인 이사 1명을 추가 선임해 형제 측 인사와 동수를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기업 경쟁력 훼손 우려

17251823716531.jpg

지난 3월 경기 화성시 신텍스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지난 주총에서 형제 측을 지지했던 소액주주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주총 표 대결에서 형제 측에 힘을 실었던 개인 최대주주가 현재는 모녀 측과 손 잡았고, 장남 임종윤 이사의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이 북경한미와 부당내부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 본연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연구개발(R&D)에 매진해도 모자랄 시간에 (한미약품은) 오너가 분쟁으로 힘을 빼고 있다”며 “그간의 역사와 상징성을 생각해서라도 한미약품이 빨리 정상화되는 것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7,47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