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영끌'과 '규제 막차&#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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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이 또 7조원 넘게 불어났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규제가 더 세지기 전에 ‘막차’를 타자는 수요가 오히려 더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집을 사자는 심리까지 살아나면서, 가계대출 관리가 더 까다로워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5대 銀 주담대 7조↑ㅊ“마지막 날 조단위 증가”

1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567조735억원)은 7월 말(559조7501억원)과 비교해 7조3234억원이 늘었다. 전월 대비 주담대 증가 폭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 7월 증가 폭(7조5975억원)보다 약 2741억원이 적은 금액이다. 5대 은행 주담대 집계에는 전세자금대출도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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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하지만 시장에선 집계에 들어가지 않은 지난달 30~31일 대출액까지 포함하면 이미 지난달 증가 폭이 7월 기록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마지막 날에 늘어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조단위가 넘는다”고 했다.

‘영끌 대출’ 부활했나…신용대출도 3개월 만 반등 

주담대 뿐 아니다. 그간 감소 추세를 이어오던 신용대출도 3개월 만에 다시 늘었다. 지난달(29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새 8202억원(102조6068억원→103조40270억원) 증가했다.

통상 주담대를 최대로 끈 다음에도 돈이 모자랄 때, 신용대출을 추가로 빌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최근 주담대가 늘면서 신용대출까지 증가하는 것은 집을 사기 위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을 받는다는 의미) 대출’이 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달 ‘블랙 먼데이’로 주가가 급락하자, 저점 매수를 위해 신용대출까지 끌어 쓴 사람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가계대출 증가 폭 코로나19 수준으로 회귀

감소 추세였던 신용대출까지 불을 뿜으면서, 5대 은행의 전월 대비 가계대출(주담대와 신용대출까지 포함) 잔액은 지난달 29일까지 기준 8조3234억원(715조7383억원→724조617억원)이 늘었다.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다.

2021년 4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햐에 초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영끌 대출이 유행했었다. 하지만 고금리인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그때와 못지않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이 수치는 5대 은행 대환대출 증가액까지 포함한 것으로 모든 금융사의 가계대출 증가액을 합산하면 다소 줄 수 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연봉 5000만원 대출 4200만원 준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고삐 풀린 듯 커지자 금융당국도 관련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1일 시행하는 스트레스 DSR 2단계는 우선 수도권에 한해 더 강하게 적용된다. 스트레스 DSR은 별도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더 줄이는 제도다. 원래 2단계부터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 적용할 방침이었지만, 수도권에는 1.2% 포인트로 스트레스 금리를 더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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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뉴스1

이럴 경우 연 소득 5000만원 직장인이 수도권에서 연 4.5% 금리의 주담대(30년 만기 기준)을 받으면 원래 3억2900만원까지 대출이 됐다. 하지만 1일부터는 2억8700만원으로 한도가 4200만원이 줄어든다. 연 소득이 올라가면 줄어드는 한도는 더 커지는 구조다.

우리銀, 유주택자 대출 중단…은행들 만기 축소도 발표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은 개별적으로 더 센 대출 규제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1일 우리은행은 9일부터 유주택자가 수도권에서 추가로 집을 사기 위해 빌리는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또 유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도 전면 중단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이었던, 주담대 대출 기간을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서 30년으로 일괄 축소했다. 신한은행도 오는 3일, 우리은행은 9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줄인다. KB국민과 신한은행은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자)’를 막기 위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도 중단했다.

규제 ‘풍선 효과’ 우려…“규제 완화 성급” 비판도

다만 이런 규제 강화가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 등 핵심 지역의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한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어서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주택 매매(신고일 기준)는 1만2783건으로 2년 11개월 만에 1만건을 넘었다.

이 때문에 규제를 강화할수록 규제 적용을 덜 받는 제2금융권 등으로 대출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풍선효과 우려에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 보험권 가계 대출 증감과 선행 지표인 대출 신청 건수를 하루 단위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부동산 관련 규제를 너무 성급히 풀어 최근의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과도한 대출이 집값 상승을 뒷받침하지 않게 관련 규제를 촘촘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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