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폭염·열대야 기록 다 갈아치웠다…"그래도 올 여름이 가장 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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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폭염경보가 이어진 7월 31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한 시민이 양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여름이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평균기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악의 폭염이 찾아온 해였던 1994년과 2018년의 더위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웠다.

1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의 기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여름(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25.6도로 1973년 전국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기존 1위 기록이었던 2018년(25.3도)과 0.3도나 차이가 났다. 평균 최저기온 역시 21.7도로 2013년과 함께 역대 1위에 올랐다. 평균 최고기온은 30.4도로 1994년 여름(30.7도)에 이은 2위였다.

더위가 가장 극심했던 8월에는 평균기온(27.9도)과 최고기온(33도), 최저기온(24.1도) 모두 역대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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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1908년부터 기상 관측을 시작한 서울도 올여름 더위 기록을 새롭게 썼다. 올해 서울의 여름 평균기온 26.8도로 117년 관측 역사상 가장 높았다. 기존 1위와 2위였던 2018년(26.6도)과 1994년(26.3도)을 한 단계 아래로 밀어냈다.

폭염과 열대야도 어느 해보다 잦았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더위의 기세가 강했다는 뜻이다. 올여름 전국 평균 폭염일(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수는 24일로 역대 3번째로 많았다. 1위와 2위는 각각 31일, 28.5일을 기록한 2018년과 1994년이다. 특히, 8월에는 평년(5.9일)의 3배에 가까운 16.9일의 폭염이 발생하면서 8월 폭염일수 신기록을 세웠다.

열대야는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자주 나타났다. 전국 평균 열대야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 수는 20.2일로 2위 기록이었던 2018년(16.5일)보다 나흘 가까이 많았다. 서울은 34일 연속으로 열대야를 겪으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역대급 여름 더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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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충남 계룡시 대로변에 설치된 재난안전대책본부 전광판이 폭염 경보 발령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올여름 더위가 기록적이었던 건 6월의 때 이른 폭염과 8월의 찜통폭염 탓이 크다. 폭염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초여름부터 33도를 웃도는 더위가 찾아왔다. 서울은 6월 평균 최고기온이 30.1도를 기록하면서 117년 관측 역사상 처음으로 30도를 돌파했다. 6월 전국 폭염일수 역시 2.8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장마철이 끝나고 8월부터는 폭염과 열대야가 동시에 전국을 덮쳤다.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마치 두 겹의 이불처럼 한반도를 오랫동안 덮으면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였다. 여기에 잦은 소나기가 더위를 식히기는커녕 오히려 습도를 높이면서 찜통폭염을 불러왔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역대급 폭염이 나타났던 2018년 8월과 올해 8월을 비교하면 올해가 구름의 양도 많고 소나기도 자주 내렸다”며 “그 영향으로 습도가 높아서 체감 더위는 더 심했고, 많은 구름으로 복사냉각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밤 기온이 특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사람도 동물도 피하지 못한 극한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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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폭염과 열대야로 인한 피해도 급증했다. 높은 체감온도로 열 스트레스가 증가한 게 치명적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30일까지 3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3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동물들도 극한 폭염을 피해 가지 못했다.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폐사하는 가축이 100만 마리를 넘어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돼지와 닭, 오리 등 117만 8000여 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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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에서 귀어 5년차 황모(42)씨의 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폐사한 조피볼락(우럭) 등이 둥둥 떠 있다. 사진 황씨

30도에 이르는 높은 수온으로 인해 양식장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는 사례도 많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7일까지 고수온으로 전국에서 폐사한 양식장 어류가 조피볼락·강도다리·넙치 등을 포함해 2650여만 마리라고 했다.

“올여름이 가장 선선한 여름” 말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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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 이후 서울의 기온 변화를 색으로 시각화했다. 붉은색이 진할수록 기온이 높다는 뜻이다. 2000년대 이후 기온 상승 추세가 뚜렷하다. Ed Hawkins 제공

전지구적인 온난화 현상이 올여름 극한 폭염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한반도의 기온 상승 추세는 2000년대 이후부터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극한 폭염이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올여름이 가장 선선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 센터장은 “내년이나 내후년 여름에도 올여름보다 더 높은 기온이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미래에는 폭염이나 열대야는 더 강하게,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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