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부 "2026 의대정원 규모 논의 가능" 의협 "참여하지 않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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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수가 인상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을 약속하며 의료계의 참여를 전제로 “2026 의대 정원 규모 논의도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의협은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지난달 30일 의사ㆍ간호사 등 의료 인력의 적정 규모를 추계하고, 수급을 조정하는 기구를 올해 안에 출범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의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이미 정부가 대학 입학 시행 계획을 발표했고 단기간 내 의료 여건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의료계가 추계 조정 시스템에 동의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사 단체는 정부의 의사 추계가 잘못됐다며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해왔는데, 정부는 이 기구에 참여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정원부터는 조정 가능하다고 명확히 밝힌 것이다. 다만 이미 입시가 진행 중인 내년도 정원은 손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위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도 약속했다. 내년부터 전공의 지도를 담당하는 전문의에 최대 8000만원의 수당을 지원한다. 전공의 주당 수련 시간을 72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도 내년 시작한다. 전공의 수련 개선을 위해 올해 35억원인 수련 지원 예산(수련수당 제외)을 내년엔 3130억원까지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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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 브리핑에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특위는 다음달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 사업’을 시작한다. 향후 3년에 걸쳐 상급병원이 원래 역할에 맞게 중증ㆍ응급ㆍ희귀질환자 위주로 진료하도록 바꿔나갈 계획이다. 중증 환자 비율은 현재 50%에서 3년 내 70%까지 끌어올린다. ‘빅5’ 등 서울의 대형병원(허가 병상 1500병상 이상)은 일반 병상의 15%, 그 외 서울 병원과 수도권 병원은 10%, 비수도권 병원은 5%를 줄인다. 의료진 중 전공의 비중을 현재 40%에서 20%로 차츰 줄이고 대신 전문의와 진료 지원(PA) 간호사가 진료의 중심이 되도록 한다.
이를 위한 보상 방안도 내놨다. 올해 안에 상급병원에서 주로 시행하는 중증 수술 800여개와 수술시 마취에 매기는 수가를 인상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총 1000여개 중증 수술과 마취 행위에 대해 상급종합병원ㆍ종합병원 수가를 올린다. 연간 약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공공정책수가’를 만들어 난이도ㆍ위험도ㆍ지역의료 등 기존 수가체계에서 보상하지 않던 부분을 보완한다.

지역의료 강화 방안도 시행된다. 각 지역 거점병원을 키워 지역 내에서 중증ㆍ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가 가능하게 한다. 내년 1836억원을 투자해 지역 국립대병원 수술실ㆍ중환자실에 첨단 시설과 장비를 마련한다. 인건비ㆍ정원 규제를 없애고, 교수 정원을 내년 330명 늘리고, 2027년엔 현재보다 1000명 늘린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으로 3년 차 미만 전문의가 지역에 남는다면 지자체가 이들과 계약을 맺고 수당을 지원한다. 내년 4개 지역ㆍ8개 진료과 전문의 96명에게 월 400만원의 지역근무수당을 지원한다. 해외 연수 기회 등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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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4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대증원 저지·필수의료 패키지 대응·간호법 저지를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각종 지원책과 함께 “향후 의대 정원을 같이 논의하자”며 손을 내밀었지만, 의료계는 거부했다. 대정부 투쟁 방식을 놓고 의료계 내부 갈등마저 커지는 양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개특위 발표는 그동안 수없이 논의됐지만 실현되지 못한 거대한 공수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도 거부했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의대 증원과 간호법 입법을 철회하라며 지난 26일부터 단식 투쟁을 벌이다 건강 상태가 악화하며 지난달 31일 중단했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는 “참여를 하든 안 하든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오고, 본인들의 입맛대로 의결을 진행할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 이사는 “정부가 정말로 참여를 원한다면 의료계의 단일된 안을 가져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내부에선 정부를 상대로 더 강경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내홍이 극심해지고 있다. 의협은 31일 임시대의원총회 열어 ‘의대증원ㆍ간호법 저지를 위한 비대위’ 설치를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결과 비대위 설치는 무산됐지만 임 회장과 현 집행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임 회장 등에 대한 불신임 청원도 진행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임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임 회장과 집행부는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감당하지 못하면 물러나야 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의협과 임 회장은 14만 의사를 대표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대전협 비대위는 본인 면피에 급급한 무능한 회장과 함께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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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농성장에서 6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중 건강 악화로 인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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