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중 FTA 협상, 경제로 정치 개선할 모멘텀 확보에 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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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싱크탱크 세미나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의 의미와 정치의 중요성에 대해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한중 관계의 도전과 기회 : 한중 외교 및 경제 관계 전망’을 주제로 지난달 26일 한중의원연맹, 사단법인 플라자프로젝트,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정기 세미나에서다. 최근 정부가 우리나라 FTA 네트워크를 전 세계 GDP 90%까지 확장해 세계 1위 수준으로 올린다는 ‘통상정책 로드맵’을 발표한 것과 맞물려 한·중 FTA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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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미나의 핵심 주제는 한·중 FTA 2단계 협상이었다. 이왕휘 아주대 교수는 발제에서 ‘우리는 한·중 FTA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화두를 던졌다. 한·중의 교역과 산업 구조가 10년 전과 크게 달라져 해결할 과제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왕휘 교수는 “그간 한·중 관계가 최악이라는 평이 많았다”며 “FTA 2단계 협상은 경제를 통해 정치를 개선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협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정치의 역할을 강조했다. 즉 과거 한·미 FTA는 정치적 갈등으로 상당한 부침을 겪었기 때문에 한·중 FTA 2단계 협상은 처음부터 정치적으로 잘 관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중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과제로 무역 보호주의에 대한 공동 대응, 공급망 리스크 관리,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슈 해결 등을 꼽았다.

박승찬 용인대 교수는 한국이 FTA 후속 협상에서 현실적으로 고려할 점과 유력 협력 분야를 제시했다. 박승찬 교수는 “협력을 논의 중인 첨단산업의 6개 영역 중 4개는 미국의 견제가 심한 업종”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더 강화된다면 이런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중이 실제로 협력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의 제조혁신이 생각보다 더 빠른 만큼 우리 중소기업의 중국 내 생존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중이 가치, 민주, 체제 등 차이를 넘어 협력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는 탄소 중립”이라며 “중국도 잘하고 있고, 우리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바로 시너지를 볼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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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한중 관계의 도전과 기회 : 한중 외교 및 경제 관계 전망’을 주제로 개최된 세미나의 ‘한중 경제협력 강화 방안 : FTA 2단계 협상 재개를 중심으로’ 세션에서 박승찬 용인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의 의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는 “협상의 전제는 한·중 협력의 과제와 문제점에 대한 분석과 천착일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FTA 2단계 협상은 이런 과정의 문제점을 다룰 수 있는 장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홍기원 한중의원연맹 사무총장은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다자무역 질서가 사실상 무너진 지금, 한·중이 추가적인 시장 개방과 통상 협력 강화를 위해 FTA 2단계 협상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통상적 효과보다는 정치적 효과를 기대하면서 FTA를 체결한 면이 크다”며 “서로의 필요를 잘 반영한다면 2단계 협상은 한·중 모두에게 호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환우 KOTRA 중국조사담당관은 “한·중 FTA는 WTO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중국을 국제 다자적인 틀에 묶어 놓을 수 있는 장치가 돼야 한다”면서 “FTA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처럼 양국 또는 복수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 협력의 틀을 만들어 나가며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삼성글로벌리서치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에 추월을 허락한 일본은 선진국이지만 FTA에 늘 소극적이었다”며 “한국은 돌파해서 적극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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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한중 관계의 도전과 기회 : 한중 외교 및 경제 관계 전망’을 주제로 개최된 세미나에서 사회를 맡은 김흥규 아주대 교수가 ‘한중 관계 현주소와 과제’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안치영 인천대 교수는 “한·중 수교 이후 21세기 초 한국의 비약적인 발전은 중국 시장과 공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며 “한국 경제 발전의 중요한 요인이던 소위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구조적 체계의 변화가 우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하에서 미국이 첨단산업을 주도하면서 중국 내 생산 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한·중 경제·통상 분야에서의 새로운 도전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는 한·중의 미래를 위해 시진핑 체제에 부활한 ‘중화 권위주의’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의 국가이익을 중국에 주지시키고, 혐한·반중 정서의 정치적 이용 및 해석을 자제하며, 중국의 과학 굴기에 대응할 혁신 시스템 구축을 한국의 올바른 대응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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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의원연맹, 사단법인 플라자프로젝트,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는 지난달 26일 ‘한중 관계의 도전과 기회 : 한중 외교 및 경제 관계 전망’을 주제로 국회박물관에서 세미나를 개최됐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한중의원연맹은 2022년 12월 한·중 간 교류·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설립된 의회 교류 단체다. 플라자 프로젝트는 국내 외교·안보·경제 전문가가 대거 참여하는 민간 싱크탱크다. 2019년 1월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미래 전략을 찾자는 취지로 열린 공부 모임에서 시작돼 지난해 11월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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