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0만원 겨우 남겨요”…가계 여윳돈 8분기 연속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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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마트 내 과일 코너. 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회사원 A(38)씨는 지난 6월 총 43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았다. 1년 전보다 3% 정도 오른 금액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2.4%)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상승률은 0%대다. A씨는 “씀씀이를 줄여도 금리·물가가 올라 식비, 주유비, 주택담보 대출 이자 등으로 나가는 돈이 늘었다. 월급이 올라도 저축할 돈이 거의 없다”며 “일단 매주 하던 외식을 2주에 한번으로 줄이고, 웬만한 곳은 대중교통으로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의 실질 흑자액이 역대 최장인 8개 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실질 흑자액은 100만9456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감소했다. 실질 흑자액은 물가를 반영한 ‘실질 소득’에서 실질 소비지출(의식주 비용 등)과 실질 비소비지출(이자비용·세금 등)을 모두 뺀 금액이다. 쉽게 말해 물가를 감안해 실질적으로 가계가 매달 남기는 여윳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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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가계의 월평균 실질 흑자액은 2022년 3분기(-11.8%)부터 8개 분기 연속 줄었다. 2006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장 기간 감소세다. 2019년 4분기(99만9769원) 이후 처음으로 100만원 선 밑으로 내려갈 위기에 처했다. 또 실질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 비율을 나타내는 실질 흑자율도 올 2분기 기준 29.0%로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 줄었다. 역시 8분기 연속 내림세다. 다만 2분기 가계의 월평균 명목 흑자액(명목 소득-명목 소비지출-명목 비소비지출)은 115만577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9% 늘긴 했다. 1분기 ‘마이너스’(-2.6%)에서 상승 반전했다.

가계 월평균 실질 흑자액이 감소세인 건 실질 소득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실질 소비·비소비지출이 늘어서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늘어난 이자비용이 흑자액을 줄였다. 이자비용은 2022년 2분기 8만6000원에서 올해 1분기 12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2022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2분기 외식비는 전년 동기보다 4% 늘었고, 단체여행비 지출은 15.8%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실질 소비지출 증가와 관련해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해외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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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최근 내수 경기가 지지부진한 데에는 가계 여윳돈이 줄어드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풀이가 나온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소매판매는 지난 2분기 전년동기 대비 2.9% 감소해 역대 최장(9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감소 폭은 2009년 1분기 이후 15년여 만에 가장 컸다. 특히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1.6%)와 승용차 등 내구재(-2.3%), 오락ㆍ취미ㆍ경기용품 등 준내구재(-2.1%)가 모두 부진했다. 내구재, 준ㆍ비내구재 소비가 모두 감소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의 실질 흑자액이 줄어들면서 내수 경기를 살릴 부문에 대한 민간 지출 여력이 위축되는 면이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증가세 등을 근거로 경기가 회복 흐름에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내수에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며 대책으로 이를 보강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은 선제적 금리 인하인데 이는 무산됐고 인하는 빨라야 10월”이라며 “금리 인하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에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하반기 경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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