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8월 물가상승률 2%로 뚝…정부 "물가 안정목표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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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까지 내려가면서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정부는 “물가안정 목표에 도달했다”라며 “앞으로 기상이변, 국제유가 불안 등 추가 충격이 없다면 소비자물가는 2% 초반으로 안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2%)에 도달했음을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금리 인하 결정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3일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5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뒤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2.9%) 2%대로 떨어진 뒤 ▶5월 2.7% ▶6월 2.4% ▶7월 2.6%로 등락을 반복하다가 8월 들어 크게 꺾였다.

생활물가·신선식품 물가 모두 둔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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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물가상승률이 둔화한 건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안정된 여파다.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0.1% 상승하며 전달(8.4%)보다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국제유가가 7월 이후 하락 추세에 접어든 데다 지난해 기름값이 유독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겹친 결과다. 그간 가격을 끌어올렸던 농·축·수산물도 1년 전보다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상 여건이 나아져 농산물 수급이 개선되면서 지난 7월(5.5%)과 비교해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올해 6월(2.8%)을 제외하면 쭉 3%대를 기록했던 생활물가도 2%대로 내려앉았다. 생활물가는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물가’를 나타낸다. 지난달 3%(1년 전 대비) 상승률을 기록했다가 다시 2.1%로 둔화하면서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밥상물가’와 연관 있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전월(7.7%)보다 상승 폭이 많이 축소됐다. 다만 배(120.3%), 사과(17.0%) 등 일부 과일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은 “타이밍 생각할 때”

‘2%’ 물가 상승률 기록에 정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물가 안정 목표에 도달했다”라며 “내수 회복 가속화와 체감 민생 개선, 물가 안정 기조의 확고한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표면상으론 내수 진작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사실상 한은에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어필한 것 아니겠냐”라고 풀이했다.

실제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우리 물가가 드디어 2% 정도로 전월보다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러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조금 더 생기지 않았나 (본다)”라며 보다 직접적인 기대감을 드러냈다. 당정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와 기업 부담, 내수 부진 타개책으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2일에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현재 3.5%인 기준금리를 13회 연속 동결하자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리 인하 시기를 두고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G20 세계 경제와 금융 안정'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면서도 “금융안정 등을 봐서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해볼 때”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의도했든 안 했든 시장에선 이런 정부의 메시지를 금리 인하를 위한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며 “한은이 종합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불필요한 메시지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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