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부 복지·치안 해결능력에 의구심…유럽, 극우로 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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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에서 극우 반체제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배경엔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매체는 전날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선두를 차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앞서 선거를 치른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스웨덴·핀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나타난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의 부상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민과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 수많은 위기가 포퓰리스트들의 선거 승리를 도왔다고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 새로운 점은 선출된 정부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유권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주 발표된 독일 유권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어떤 정당도 국가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16%만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올해 초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가 공개한 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 유권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60%가 정치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이처럼 유권자들이 정부를 불신하며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하고 기성 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 의회가 한층 분열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통치에 어려움을 겪는 우유부단한 연합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안정적인 과반수를 보장해온 2차 투표(결선 투표) 시스템을 갖춘 프랑스에서조차 지난 7월 총선 뒤 두 달 가까이 내각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3개 정당의 연립 정부인 독일 내각은 끊임없는 내부 의견 충돌로 올해 예산안을 간신히 마련했다.

정부의 효율성이 떨어진 데는 공공 부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9년 이래 경제가 침체돼 있는 독일에선 예산이 부족한 경찰, 군대, 교육 등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발생한 ‘묻지마 흉기 테러’의 주범인 시리아 출신 망명 신청자는 2년 전 추방됐어야 했으나 추방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당국이 그를 추방하려 수배했지만 찾지 못하자 찾는 걸 그만뒀다.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의 경우 과도한 정부 부채로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가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기본 원칙인 민주주의 국가에선 위기에 느리게 반응할 수 있고, 이 내재적인 취약점은 포퓰리스트들이 공격하는 초점이 돼 왔다.

정치학자인 헤르프리트 뮌클러는 “해결되지 못한 위기가 쌓이면서 정부가 압도당하고 있다”며 1920년대 유럽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대다수 유권자가 타협하지 않고 그냥 결정하는 강한 인물을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는 “독일 연립 정부는 3당3색인 데다 경제, 난민 문제에 대처를 못해 국민의 불만이 커졌다”며 “정부가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심판을 받는다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정부 능력에 대해 불신이 커질수록 정치적 효능감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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