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KC, 美서 1000억 받는데…인천 세계 2,3위는 "외국회사네" 패싱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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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사에 전시된 실리콘 웨이퍼.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후공정은 또 후순위로 밀렸네요.”

지난해 7월 국가 첨단산업 특화단지 7곳과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5곳 선정 발표가 나오자 국내 반도체 패키징 소부장 업계는 시름에 빠졌다.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초격차 확보’를 위해 정부가 인허가 신속 처리와 세제 지원, 용적률 완화 등 파격 지원을 하겠다는 이 사업에서 패키징이 제외돼서다. 인천·광주광역시와 충청북도가 각각 첨단 패키징 특화 단지 유치에 나섰으나, 선정된 반도체 단지 4곳은 제조(경기 용인·평택)와 장비(경기 안성), 소재(경북 구미), 전력반도체(부산)였다. 세계 반도체 산업은 서로 다른 종류의 칩을 쌓고 묶어 성능을 높이는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한국에 패키징의 자리는 없었다.

특히, 인천에는 세계 후공정 2위 기업 앰코와 3위 JCET의 첨단 패키징 기지를 중심으로 국내 소부장 중소기업 1300여 곳이 모여있다. 그럼에도 끝내 탈락했다. 인천시와 패키징 업계에 따르면 탈락의 주 요인은 지역 내 선도 기업의 ‘국적’이었다. 미국 기업인 앰코와 중국 기업 JCET을 한국 정부가 지원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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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그런데 앰코와 JCET의 뿌리는 모두 한국이다. 앰코는 아남산업 창업자인 고(故) 김향수 명예회장의 아들 김주진 회장이 이끄는데, IMF 외환위기 후 아남반도체의 미국 판매법인이 한국 본사 패키징 사업을 인수하면서 미국 회사가 됐다. 김 회장은 세계 반도체 산업 50주년이었던 1998년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고든 무어 인텔 전 회장과 함께 특별공로상을 받은 반도체 거물이다. JCET은 현대반도체 테스트 사업부가 분사한 ‘칩팩’의 후신으로, 2004년 싱가포르 스태프에, 2015년 중국 JCET에 차례로 합병됐다.

두 회사는 모두 인천에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센터와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앰코는 회사 제조 시설과 장비 등 유형자산의 54%가 한국에 있을 정도다. 인천시에 따르면 JCET은 최근에도 영종도의 첨단 패키징 부지를 확장하고 있다. JCET은 최근 인천 반도체 포럼에서 국내 소부장 중소기업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패키징협회 등 업계에서는 “앰코와 JCET은 사람도, 생산기지도 한국”이라고 정부에 호소했으나, 국적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것. 영종도에 363만㎡ 규모 첨단 패키징 단지를 준비하던 인천시의 계획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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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세계 각국은 국적과 상관없이, 자국 영토 내에 첨단 반도체 기술과 일자리를 가져오는 기업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자국의 제조 생태계를 육성하려는 전략이다. 국내에 경쟁력 있는 패키징 기술 기업이 부족한 마당에, 한국의 반도체 정책이 경쟁국들에 비해 더 지체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만 TSMC는 2021년 일본 츠쿠바에 R&D센터를 설립해 일본 기업·대학과 함께 첨단 패키징 연구를 하고 있는데, 사업비 절반인 190억엔(약 1732억원)을 일본 정부가 댔다. 미국 인텔은 오므론·레조낙 같은 일본 기업과 반도체 패키징 자동화 기술을 공동 개발할 계획인데,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여기에도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미국 상무부는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에 7500만 달러(약 1023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자국 내 첨단 패키징 역량 및 용량 확장을 위해 16억 달러(약 4조원), R&D와 인력 양성을 위해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를 투자하는 등의 ‘국가 첨단 패키징 제조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 그 일환으로 미국 조지아에서 반도체 유리 기판을 개발·양산하는 앱솔릭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안영우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은 기업의 국적보다 일자리 창출과 자국 산업 연계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준다”라며 “한국 정부도 외국계 첨단 패키징 기업을 한국 생태계 안에서 활용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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