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더 좁아지는 대기업 일자리…요즘 채용 키워드는 '컬처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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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대기업 신입사원 채용 시즌이 돌아왔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신입사원 모집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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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응시자를 대상으로 예비 소집을 진행 중인 모습. 삼성전자

3일 삼성전자·삼성SDI·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 등 19개 계열사는 이달 4일부터 11일까지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1957년 국내 최초로 공채 제도를 도입한 삼성은 재계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상‧하반기로 나눠 신입사원을 뽑는데 평균 1만 여 명 안팎이다. 지난 2022년 삼성은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고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말하며 신규 채용을 꾸준히 확대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다수 대기업들은 계열사별 수시 채용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현대차는 지난 1일부터 2주간 신입사원‧인턴 지원을 받고 있는데 연구개발, 디자인, 생산‧제조, 사업‧기획, 경영지원, IT 등 6개 분야 36개 직무로 나눠서 접수 중이다. LG전자도 지난달 28일부터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SK는 추석 이후 본격적으로 주요 계열사별로 신입사원 채용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오는 10일~23일 신입사원과 반도체 유관 경력 2~4년 차를 뽑는데, 7월 신입‧경력 채용 이후 두 달 만이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금호석유화학, GS칼텍스도 신입사원을 모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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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눈에 띄는 것은 신입사원 채용에서 컬처핏(기업 문화 적합도)을 따지는 기업이 늘었다는 점이다. 기업 문화에 어울리는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다. 대개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성향이나 가치관, 커뮤니케이션 스킬, 태도 등을 꼼꼼히 보고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프로젝트 리뷰나 1대 1 면담, 워크샵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회사 분위기와 비슷하거나 잘 어울릴 수 있는 인재가 적응이 빠르고 근속 기간도 길어서 꼼꼼히 본다”고 말했다. 최근 인크루트가 인사 담당자 418명으로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9%가 채용 과정에서 컬처핏 확인 전형을 진행한다고 답했다. 컬처핏은 면접(62%)이나 자기소개(25.4%)를 통해서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자사의 기업 문화를 다양한 채널로 알리고 있다. SK는 채용 블로그인 ‘SK커리어스저널’에 SK가 지향하는 인재상에 대한 정보를 게재하고 있다. LG도 계열사 홈페이지마다 기업 문화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신념‧실행력을 중시한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삼성은 신입사원 채용 시 꾸준한 경력 개발, 조직 융화력, 성장 가능성을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성공적인 면접을 위해서는 “질문에 답하는 테스트라고 생각하지 말고 면접관과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임하라”고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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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전문성을 중시하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출신학교나 외국어 점수, 공모전 수상 이력, 봉사활동 같은 스펙보다 바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개발 직군 지원자에 대해 주어진 문제를 직접 코딩해 해결하는 방식의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를 한다. 디자인 직군은 디자인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쳐야 한다. LG전자도 서류와 인·적성 검사, 면접 외에 코딩 테스트, 인공지능(AI) 면접을 추가로 진행한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경력직 채용의 겨우 프리젠테이션(PT) 면접이 일상화할 만큼 업무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면접이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지원한 직무에 따른 본인의 특장점이나 구체적인 경험담을 남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신입사원이 대기업 문턱을 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스인덱스가 지난해 500대 기업 중 채용 정보를 공개한 128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신규 채용 규모는 16만5961명으로 전년보다 21.2% 감소했다. 감소 폭이 가장 큰 업종은 IT전기전자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2차전지 신규 채용 규모도 50% 감소한 1만413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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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황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500대 기업(응답 12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줄이는 이유로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23.8%)을 꼽았다.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20.6%), 필요한 직무능력 갖춘 인재 확보 어려움(17.5%) 등을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하반기 세계경기 둔화 우려, 내수부진, 경기심리 악화 등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채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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