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장이 대학 찾아가고, 생산공정 보여준다…반도체 '인재 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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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인재 모시기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붐으로 인재 확보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면서 석·박사 대상 채용 설명회에 사장이 등판하는가 하면 생산 공장에 인재들을 초청해 주요 공정을 공개하는 등 인재 영입 작전이 치열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서울대·포항공대·한국과학기술원(KAIST)·연세대·고려대 등 5개 대학을 돌며 석·박사 채용 설명회 ‘테크데이 2024’를 열고 있다. 주요 임원들이 학교를 찾아 미래 인재들에게 직접 회사의 비전과 최신 기술 동향을 소개하고 이들과 소통 접점을 늘리는 게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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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SK하이닉스 청주 캠퍼스. 김성태

사장이 나서서 인재 찾는다

특히 올해는 사장이 직접 대학을 찾는 등 핵심 경영진이 총 출동한다. 김주선 AI 인프라 담당 사장은 10일 오후 5시부터 한시간 동안 고려대에서 글로벌 1등 AI 메모리 기업으로서 SK하이닉스의 비전과 인재상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특강한다. 이 외에 김종환 부사장(D램 개발 담당), 차선용 부사장(미래기술연구원 담당), 최우진 부사장(P&T 담당), 송창록 부사장(CIS 개발 담당) 등도 번갈아 학교를 찾아 강연자로 참석, SK하이닉스의 기술 현안과 연구 분야, 기업 문화, 조직·직무에 대한 강연을 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행사를 비공개로, 소수 대상으로만 진행한다. 사전 신청을 받아 학교와 학과뿐 아니라 지도 교수와 세부 연구 분야 등을 파악했고 선정된 참석자에게만 상세 장소를 별도 안내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재 확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라며 “이번 행사에 참여한 회사 기술 임원들의 규모도 이전보다 많다”라고 전했다. 전례 없는 반도체 수요 증가로 글로벌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에 나서며, 생산 능력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인력난은 심해지고 있다. 올 초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현재 1783명(2022년) 수준인 반도체 인력 부족 규모가 2031년 5만6000명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지난해 10월 KAIST 강연에서 “초기술을 이뤄내는 것은 우수한 인재”라면서, “SK하이닉스를 글로벌 인재들이 모이는 ‘핫 플레이스’로 만들어갈 것”이라며 인재 욕심을 드러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인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현업 종사자 등을 초청해 글로벌 포럼도 열었다.

SK하이닉스는 용인에 대규모 팹(공장)을 짓고 미국 인디애나주도 패키징 시설을 구축하는 등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어 특히 국내외 인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업계에 따르면 용인 4곳 팹 운영·지원에 총 1만5000명 수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4월에 이어 7월에도 신입과 경력 직원을 세 자릿수 규모로 뽑았고, 수시 채용도 진행 중이다.

인프라 공개하고 찾아가는 학교 늘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도 4일부터 신입 공개채용을 시작한다. DS부문은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등 직무별 채용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다. 지난달엔 석·박사 대상 채용 설명회 테크앤드커리어(T&C) 포럼을 6개 대학(서울대·연세대·KAIST·성균관대·포항공·고려대)에서 먼저 열었다. 학교별로 300~500명 정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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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뉴스1

삼성전기는 T&C 포럼을 2월 수원 사업장에서 연 데 이어 5월 부산 사업장에서도 했다. 초청한 석·박사 40여 명에게 생산 라인을 전격 공개했다. 김응수 패키지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뿐 아니라 사업·개발 담당자들이 나서 설명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장비나 시설 수준을 직접 보여 주고, 선배들과 교류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사업부장이 호스트로 행사를 열었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훈풍을 타고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반도체 기판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기에도 우수 인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도 반도체 인재 경쟁이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반도체 기업들의 기록적인 투자로 반도체 붐의 중심에 있는 만큼 미국은 전 세계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인재 전쟁 상대가 미국의 반도체 설계·제조 기업들이란 의미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지난달 초 보고서에서 올해부터 2029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부문 필요 인력이 14만60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맥킨지는 “채용을 늘리려는 기업들의 노력에도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라며 “인력 부족은 산업의 목표를 위험에 몰고 노동 비용을 끌어올리며 기념비적인 투자에 대한 수익을 지연, 감소시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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