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권역외상센터는 그나마 버틴다…"의사당 1.4억 정부 지원덕" [폭풍전야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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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늘(4일)부터 군의관·공중보건의 등 250여 명을 진료 제한 응급실에 긴급 배치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실 모습. [뉴시스]

응급실 곳곳에서 비명이 들리는 가운데, 비슷한 역할을 하는 권역외상센터는 상대적으로 덜 흔들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래 전공의가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이고, 다음은 정부 지원의 차이 때문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권역외상센터의 외상외과 전문의 9명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어 요즘 같은 의료 상황과 무관하게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역외상센터라고 환자를 받지 않고 다른 데로 보내는, 이른바 ‘뺑뺑이’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 건 아니다. 응급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 권역외상센터는 전국에 17개가 있다. 정부에서 연간 인건비로 의사는 1억4400만원을, 간호사는 약 5000만원을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경기도는 당직비와 헬기 탑승비 등을 지원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44개)와 지역응급의료센터(136개)의 경우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응급실 위기가 부각될 때마다 정부는 진료 수가 인상으로 대응해 왔다.

응급의학 전문의의 시장 연봉(평균)은 4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지방으로 가면 더 높다. 병원에서는 이 금액을 맞춰주기 쉽지 않다. 아주대의료원 관계자는 “시장 연봉은 도저히 맞출 수 없다. 사직 의향을 밝힌 6명에게 ‘가능한 범위에서 임금을 올려주겠다’는 말로 설득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는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정부에서 인건비를, 경기도가 당직비 등을 지원해 주는 덕분에 20여 명의 의사가 계속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전공의 집단이탈 이후 응급실 문제가 부각되면서 응급실 수당과 수가가 임시로 올랐다. 하지만 권역응급센터를 운영 중인 한 병원 고위관계자는 “권역응급센터 응급 전문의는 계속 몸값이 오르는 상황이다. 정부의 임시 수가 지원금만으로는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응급실 의사를 당장 늘리기는 쉽지 않으니 인건비를 지원해서라도 남아 있는 전문의를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예방의학) 교수는 “그동안 힘들게 버텨오던 응급실 전문의가 그만두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 위기의 결정적 순간까지 왔다”며 “권역외상센터처럼 인건비를 지원하는 게 지금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금은 망설이거나 잴 여유가 없다. 응급실 인건비 지원 정책이 응급하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도 함께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주대병원 권역응급센터의 전문의 이탈이 잇따르자 최근 경기도는 김동연 지사가 나서서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른 지자체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충북대병원·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이 진료 축소에 들어갔는데도 충북도는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3월 충북대 의대 정원이 49명에서 200명으로 늘자 “충북대병원과 건국대 충주병원이 서울 5대 주요 병원(이른바 ‘빅5’)을 능가하는 종합병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철 교수는 “지자체가 손 놓고 있는데, 단체장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응급의학회에서 20년 전부터 인건비 지원을 요청했는데도 정부가 듣지 않았다”며 “응급실이 권역외상센터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응급실 지원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며 “응급실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이번에 배후 진료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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