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우연하다’와 ‘우연찮다’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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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것도 아닌데, 예상치 않은 곳에서 친구와 만났다. “이렇게 약속도 없이 우연찮게 만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친구에게 “우연히 만나서 그런지 더 반갑다”고 대답했다.

어떤 일이 뜻하지 않게 저절로 이뤄져 공교롭다는 의미로 이처럼 ‘우연하다’를 쓴다. 그런데 같은 의미로 ‘우연찮다’를 쓰기도 한다. ‘우연찮다’는 ‘우연하다’와 ‘않다’가 만나 줄어든 단어라는 걸 떠올려 보면 ‘우연하다’의 반대말이 돼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이도 있을 법하다.

‘시원하다/ 시원찮다’ ‘만만하다/ 만만찮다’ 등이 각각 반대의 뜻인 것을 생각하면, ‘우연찮다’ 역시 ‘우연이 아니다’란 의미로 쓰여야 한다. 그러나 ‘우연하다’와 ‘우연찮다’는 둘 다 ‘뜻하지 않게’라는 뜻으로 별 차이 없이 쓰이고 있다.

‘우연찮다’는 ‘우연하다’와 ‘않다’가 결합해 처음엔 ‘우연하지 않다’는 의미로 사용됐겠지만, 많은 사람이 우연도 아니고 필연도 아닌 중간 정도에 이 말을 쓰다 보니 국립국어원은 변화된 의미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우연찮다’와 ‘우연하다’가 비슷한 의미의 표준어로 등재돼 있다.

비슷한 사례로 ‘주책이다’와 ‘주책없다’를 들 수 있다.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을 나타낼 때 ‘주책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주책없다’라고 쓰기도 한다. 이 둘은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이가 같은 의미로 쓰고 있는 것을 감안해 둘 다 같은 뜻의 표준어로 인정받았다. 그러니 고민하지 말고 모두 써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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