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세계백신연합 CEO "韓, 백신 공급의 영웅…세계인 생명 구해"

본문

"한국이 글로벌 백신 공급에서 영웅(Hero)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만든 백신이 매년 1억 달러(약 1336억원)어치가 수출돼 전 세계인의 생명을 구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2024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참석을 계기로 방한한 사니아 니시타르(61)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비)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했다.

이튿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한국은 가비 입장에선 아시아 최초 공여국이자 글로벌 백신 공급의 큰손 국가"라고 힘줘 말했다. 백신 공급뿐만 아니다. 그는 "한국은 유일하게 공적 개발원조(ODA)를 받던 국가에서 다른 국가에 ODA를 주는 나라가 됐다"며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가비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의 아동에게 필수 백신을 맞히는 일을 하는 스위스 소재 국제기구다. 코로나19, 원숭이두창(엠폭스) 등 각종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따른 백신 공급도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가 주도해 2000년 출범한 가비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게이츠재단 등과 협업 중이다. 지난 24년간 10억 명에게 백신을 제공했고 1700만 명 이상의 사망을 예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7255198256085.jpg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비) 최고경영자(CEO) 사니아 니시타르(61). 가비 제공

니시타르 CEO는 한국이 개도국에 백신을 공여하는 건 한국의 바이오 기업에도 득이 되는 '윈-윈(Win-win)'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이 가비와의 협력으로 백신 수출과 연구·개발(R&D) 기회를 얻었다"면서다.

가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백신을 사는 기관이다. 지난해 가비가 조달한 백신의 11% 정도를 한국 제약사가 만들었다. 그는 "세계에서 질병이 확산하다 보니, 한국산 백신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가비에 백신을 공급하는 한국 업체는 현재 LG화학,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등 3개사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유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중소 백신 업체였던 이 회사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가비에 독점 공급할 만큼 기술력을 갖춘 업체로 컸다.

17255198257499.jpg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비) 최고경영자(CEO) 사니아 니시타르. 서유진 기자

"ODA 늘린 한국에 감사" 

가비는 예산이 적은 중·저소득 국가를 위해 백신을 최대한 싸게 조달한다. 가비가 공급하는 백신 9종을 미국 공공시장에서 구하려면 1300달러(약 173만원) 정도 들지만, 가비는 단 24달러(약 3만2000원)에 조달해 공급한다.

17255198258914.jpg

사니아 니시타르 CEO(왼쪽)가 멀린다 게이츠에게 백신을 담는 아이스 박스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게이츠 재단 유튜브

이렇게 저렴하게 백신을 조달하려면 한국·미국 등 공여국과 민간기업의 지원이 필수다. 한국은 2021~2025년 프로그램에 3억1000만 달러(약 4132억원)를 공여했다. 니시타르 CEO는 "일부 국가들은 ODA를 줄였는데 한국은 지난해보다 올해 ODA 금액이 31%나 늘었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가비는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한다"며 "행정 비용은 줄이고, 백신 공급에 대부분의 재원이 갈 수 있게 한다"고 했다.

가비는 북한의 의료·보건 현황을 엿볼 창구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청정국'을 주장하던 북한이 2021년 가비에 코로나19 백신을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의 민낯이 드러난 적도 있다. 지난 3일엔 유니세프가 가비의 지원을 받아 북한에 400만회분 이상의 B형간염·소아마비 백신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는 최근 북한 수해와 관련, "일반적으로 수해 상황에서 콜레라가 퍼지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의 전염병 현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대한 한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1725519826032.jpg

니시타르 CEO(왼쪽 끝)는 지난 6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을 만나 2026년~2030년 프로그램을 위한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백신이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백신에 1달러를 투자하면 사회경제적 비용 21달러가 절감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만큼 백신은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나며 과학적으로도 검증됐다는 것이다. GAVI 홈페이지

가비 활동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 2026년~2030년 어린이 5억 명에게 필수 백신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어린이 5000만 명에게 말라리아 백신을 맞히고, 1억2000만 명 이상의 여아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출생인 니시타르 CEO는 영국 킹스컬리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땄다. 파키스탄 상원의원과 사회안전 및 빈곤완화 특별보좌관(연방 장관급)을 지냈다. 2018년 파키스탄인 수 백만명의 생계를 개선한 빈곤 완화 정책을 주도했다. 2020년 BBC 선정 '전 세계 100명의 위대한 여성 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관련기사

  • 17255198261743.jpg

    시진핑, 빌게이츠 손잡고 활짝…"올해 中서 만난 첫 미국 친구"

  • 17255198263361.jpg

    "감염병 '엠폭스' 막자" WHO 1800억원 모금 호소… 은평구도 대응 강화

  • 1725519826487.jpg

    코로나 재택 치료하던 11세 사망…정부 상대 5억 소송 패소

  • 1725519826619.jpg

    유니세프 “북한 어린이·임신부에 결핵 등 백신 114만회분 접종”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8,56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