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5대 1 예약 전쟁' 필리핀 이모님…57%가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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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난달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추진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초기 취소율이 57%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당초 이 서비스 이용을 신청한 731가정 가운데 한부모ㆍ맞벌이ㆍ다자녀 가정을 우선으로 157가정을 선정했다. 경쟁률은 5대 1이었다. 영어에 능통한 ‘필리핀 이모님’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시가 5일 김인제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57가정 가운데 절반 이상인 89가정이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기존 신청 가정을 대상으로 추가 모집했고, 최종적으로 142가정과 계약했다. 또 추가 취소 건이 나올 것을 예상, 12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이라면 언제든 신청할 수 있게 모집 방식을 바꿨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처음 약정한 서비스 계약 기한을 채우지 않고 취소하더라도 수수료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단순히 호기심에 신청했거나 돌봄 상황이 바뀐 가정 등이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범 사업이어서 불안한 마음에 이용을 주저하거나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중도 포기한 가정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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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사진 서울시

필리핀 이모님 고용, 두 집 중 한 집이 ‘강남 엄마’

최종 계약한 가정을 지역별로 보면 강남권은 더 비중이 커졌다. 동남권(서초ㆍ강남ㆍ송파ㆍ강동구)에서 총 66가정이 계약해 46.5%를 차지했다. 필리핀 이모님을 고용한 두 집 중 한 집이 강남 4구에 사는 것이다. 첫 선발 당시 동남권 비율은 37.6%(59가정)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재원처럼 해외에 거주하며 외국인 돌봄 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있는 가정이 강남권에 많아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나머지 지역은 최종 계약 건수가 줄었다. 도심권(종로ㆍ중구ㆍ용산ㆍ성동ㆍ광진ㆍ서대문ㆍ동대문) 38가정(26.8%), 서북권(은평ㆍ마포ㆍ양천ㆍ강서) 19가정(13.4%), 서남권(구로ㆍ영등포ㆍ동작ㆍ관악) 12가정(8.5%), 동북권(중랑ㆍ성북ㆍ노원ㆍ강북) 7가정(4.9%)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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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30대 가구 중위소득 절반 지불해야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중산층이 이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은 최저임금을 적용해 시간당 1만3700원이다. 하루 8시간, 주 5일씩 한 달 근무하면 238만원을 받는다. 가사관리사 서비스 수요가 많은 30대 가구의 지난해 중위소득은 509만 원이었다. 결국 소득의 46.7%를 써야 하는 셈이다.

온라인 맘카페 등에서도 “서민이 이용하기에 비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제도를 먼저 도입한 홍콩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이 월 최소 83만원, 싱가포르는 48만~71만원 선이다. 결국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돌봄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도입했지만, 일부만 혜택을 보는 제도가 됐다는 지적이다. 김인제 의원은 “추후 운영 실태를 봐야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시범 사업으로만 끝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법무부에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가능하도록 별도 비자 신설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현재 필리핀 가사 관리사는 정부 인증기관이 고용하는 형태로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받아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은?’ 세미나에서 “E-7 비자에 돌봄서비스업을 신설해서 ‘가구 내 고용방식’으로 한다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법무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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