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번엔 동성애 딸과 갈등 터졌다...졸혼 후 잘나가는 '조정석 맘&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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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흥행에 성공한 코미디 영화 '파일럿'에서 숨은 웃음 공신은 어머니 안자(오민애, 왼쪽) 다. 이찬원의 팬덤 ‘찬스’(Chan's)로 활동하는 안자는 장가 간 아들(조정석) 방을 팬 기념품으로 꾸미고 이찬원 성지순례 등을 담은 유튜브로 100만 구독자를 거느린 개성 강한 캐릭터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올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작(450만 관객) ‘파일럿’의 숨은 웃음 공신은 배우 오민애(59)가 연기한 홀어머니 김안자다. 그는 장가 간 아들(조정석) 방을 트로트 가수 덕질로 채운 구독자 100만명의 유튜버.
전화 받을 때마다 덜렁거리는 휴대폰 케이스로 얼굴을 반 가린 사실적인 연기도 회자됐다.

영화 ‘딸에 대하여’ 주연 배우 오민애 #450만 ‘파일럿’ 트롯트 가수 덕질 엄마 #‘한국이 싫어서’ ‘돌풍’ 등 올해만 5편 #“삶의 아픔‧실수가 연기 자양분 #인간의 선악미추 보여주고파”

5일 서울 중구의 영화 홍보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전화 장면은 감독님 제안이었는데 마침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재밌게 써먹었다”며 관객 반응을 반가워했다.
올초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의 연쇄살인마 이탕 엄마부터 ‘돌풍’의 영부인 유정미, 최근 잇따라 개봉한 ‘파일럿’ ‘한국이 싫어서’ ‘딸에 대하여’ 등 공개된 출연작이 무려 5편이다.
공포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로 연기 데뷔해, 영화 ‘범죄도시’(2017), 드라마 ‘펜트하우스’(2020~2021, SBS) ‘D.P.’(2021, 넷플릭스) ‘더 글로리’(2022, 넷플릭스) ‘나의 해방일지’(2022, JTBC) 등 조단역을 거친 끝에 26년 차에 전성기를 맞았다.

딸의 동성연인에 속끓는 요양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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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애가 주연을 맡은 영화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는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행위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긴 작품이다. 사진 찬란

그의 엄마 연기는 억척스레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기존 모성상과 다르다. 주변에 있을 법한 보편적 얼굴에 또렷한 취향과 개성을 새겨낸다. 유튜버 딸과 투닥대는 트로트 모창가수 역을 맛깔나게 소화한 ‘윤시내가 사라졌다’(2022)가 한 예다.
4일 개봉한 영화 ‘딸에 대하여’에선 동성애자 딸 때문에 속 끓이는 요양 보호사 오주희 역할로 지난해 부산 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김혜진 작가의 2017년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일부러 설정을 하면 캐릭터가 가진 옷에 두꺼운 내복을 입혀놓은 듯 ‘핏’이 안 산다. 연기할 땐 있는 그대로 나를 우러나게 내버려 두는 게 최고”라는 그는 "이 엄마는 나와 완전히 달라 답답했다"고 했다. “저는 자식한테 젊을 때 하고픈 경험은 다 해보라. 다양한 세계를 겪고 깨져보라는 주의거든요.”

"우리 세대 낯선 것 경계…시행착오로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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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딸에 대하여'(4일 개봉) 주연 배우 오민애를 5일 서울 중구 을지로6가의 영화 홍보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찬란

극 중 주희는 요양원에서 자신이 돌보던 자선사업가 노파 제희(허진)가 치매병동에 버려지는 걸 자기 일처럼 막으려 애쓰지만, 정작 딸 그린(임세미)이 대학 동료 강사의 부당 해고에 반대시위를 벌이자, 남 일에 나서지 말라고 만류한다. “너희가 가족이 될 수 있어?”라며 동성 연인과 이별을 종용하는 그의 마음속엔 자신의 딸이 남편‧자식이 없는 제희처럼 외로운 처지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 모녀간 세대 갈등은 주희가 겪는 뜻밖의 사건을 통해 이해의 국면을 맞는다.

“우리 세대 대다수가 교육 받은 게 절대적 진실이라 생각하며 살아가죠. 나와 같으면 친구, 낯선 것은 적으로 경계하기 쉬워요.” 오민애가 담담히 덧붙였다. “그런데 시행착오를 겪는 게 삶에 도움이 되죠.” 주희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이야기였다. “실수 덩어리, 상처 덩어리였던 제 모습을 미워했지만 돌이켜보니 도망 다닐 과거가 아니더군요. 상처 없이 어떻게 사랑을 알고, 두려움을 배우지 않고 어떻게 용기를 알겠어요.”

10대부터 가장…머리 깎고 절에서 1년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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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에서 주희(오민애, 왼쪽)는 자선사업가 노파 제희(허진, 오른쪽)의 외로운 처지를 홀로 된 자신과 동성애자인 딸의 미래처럼 느끼게 된다. 사진 찬란

27살에 인도 여행을 가기 위해 찾은 여행사에서 “배우 느낌이 있다”는 얘길 듣고 무작정 연극 무대에 뛰어들었다는 그다. “호기심이 강하고 겁이 없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길 좋아하는 무모한 성격이다. 일찌감치 독립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그 옛날 인정하지 않았던 아픔, 실수가 결국 배우 오민애의 자양분”이라면서다.
그는 10대 때부터 홀어머니와 10살 차 남동생의 가장 역할을 했다. 신문팔이, 우유배달, 제과점 아르바이트, 에어로빅 강사, 여행가이드, 카드 영업 등 닥치는 대로 일하느라 고등학교도 중퇴했다. 늦깎이 배우로 새 출발 했지만, 쉽지 않았다. 죽음의 충동도 숱했다.
“성실히 살아왔는데 왜 이렇게 불행할까” 울화가 치밀었다는 그는 30대 중반이던 2000년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절에 들어가 머리 깎고 1년 반을 지냈다. 꼬인 마음이 조금 풀릴 즈음 다시 한번 삶에 부딪혀보기로 했다. 검정고시 패스 후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에 들어가 한국사‧세계사‧철학‧예술사‧인문학을 흡수하며 배움의 갈증을 풀었다.
“연기하려면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는 배우 선배의 말을 듣고, 내가 누군지 찾아가던 시간이 더 큰 세상의 지식과 맞물려 눈을 넓혀줬다고 그는 돌아봤다. 결혼 후 시어머니를 모시다 노인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2010년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에 다닌 경험은 ‘딸에 대하여’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

"졸혼 후 연기 집중…인간 선악미추 그리고파"

영화 ‘나의 새라씨’(2019)를 출발점 삼아 독립‧단편영화를 통해 배우 경력도 다시금 다졌다. 2018년 남편과 졸혼 후 독립해 연기에 한층 집중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최근 들어 좋은 배우란 인간이 가진 선악미추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기 위해 더 다양한 세상,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보려 합니다.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려면 시간과 공을 들여 먼저 다가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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