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北드론, 원샷으로 잡는다…서울 등 20곳에 '전담 방어망&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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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드론 탐지에 특화된 레이더, 전파 방해를 통해 드론의 경로 이탈과 추락을 유도할 수 있는 ‘재머(Jammer)’ 등으로 구성된 ‘대드론(Anti-drone) 통합체계’를 최근 부대에 배치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말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범을 계기로 ‘방패’를 보강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한 지 채 2년도 걸리지 않은 속도전이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자폭 드론’ 대량 생산을 지시하는 등 북한의 관련 무기 체계 개발 속도를 무시할 수 없다고 군 당국이 판단한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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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자폭 드론이 한국군 K2 전차 모형을 타격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8월 3개 부대 설치 시작…서울 주요 시설은 11월 계획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대드론 통합체계의 부대 설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총 22개 체계 중 교육용으로 쓰이는 2개를 제외한 20개 체계를 20개 부대에 배치하는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공군 주요 기지와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부대 등 3개 부대에 우선 설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방사가 관할하는 서울 주요 시설의 경우 시범 운용으로 검증을 거친 뒤 오는 11월 배치가 목표라고 한다.

해당 체계는 ▶탐지 레이더 ▶드론 식별용 전자광학(EO)·적외선(IR) 열상감시장비 ▶표적 무력화용 재머 ▶통합 콘솔로 구성된다. 고정형으로, 일종의 드론 전용 통합 방호 시설을 처음 전력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드론 겨냥, 기존 분절적 대응에서 ‘통합’ 대응으로

기존에는 드론 침투시 국지방공레이더 또는 열상감시장비(TOD) 등으로 ‘탐지·식별’, 이후 벌컨포, 비호복합 등 지상 배치 대공무기로 ‘타격’에 나서는 등 기존 자산을 활용한 분절적 대응이 이뤄졌다. 순차적·단계별 대응에 시간이 걸리고, 헬기 대응 등을 상정한 자산을 비대칭 전력인 드론에 투입할 수밖에 없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배치를 시작한 대드론 통합체계는 말 그대로 드론 대응에 특화된 만큼 효율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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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드론 통합체계 운용 개념도. 한화시스템

여기엔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범이 반면교사로 작용했다. 당시 초기 상황을 장비 운영자의 판단에 의존하면서 적시 대응에 한계를 드러냈고, 상황 전파도 지체됐다. 또 탐지한 뒤에도 민간 피해가 우려돼 공중전력과 지상 방공무기로 격추할 수 없었다.

하지만 향후 대드론 통합체계를 통해 드론 식별용 장비와 표적 무력화용 재머가 ‘한 몸’처럼 움직이면 얘기가 달라질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탐지, 식별, 타격으로 이뤄지는 관련 과정을 드론에 특화된 장비들로 통합 대응하면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대응이 가능해진다”며 “소프트킬(비물리적)의 일종인 재밍(jamming·전파 교란) 기법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탐지부터 무력화까지 ‘원샷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취지다.

특히 재밍은 GPS 신호 또는 드론을 조종하는 주파수 전파를 방해해 무인기를 비행 불능 상태로 만드는 개념이다. 경로를 바꾸거나 원하는 지점으로 추락을 유도해 민간에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1년 11월 이란이 미군 RQ-170 스텔스 무인기를 재밍해 포획하는 등 실전에서 여러 차례 기술 수준이 입증되기도 했다. 군이 도입하는 대드론 통합체계의 재머가 자동 항법과 원거리 조종을 무력화할 수 있는 범위는 각각 반경 5㎞, 2㎞라고 한다.

소요 결정부터 배치까지 ‘속도전’…北 드론, 실존 위협됐다

이번 대드론 통합체계 배치는 지난해 2월 군이 긴급 소요를 결정한 지 불과 약 1년 6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같은 해 3월 선행연구 조사·분석, 9~11월 구매시험평가 수행 등을 거쳐 12월 한화시스템과 사업비 290억원 규모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전력화까지 달성한 건 북한 무인기가 서울 비행금지구역(P-73)에 진입하는 동안 군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걸 큰 충격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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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월 15일 '위대한 전환, 승리와 변혁의 2023년'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하며 그동안 북한 매체에서 보도되지 않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샛별-9형' 공격형 무인기를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그 사이 북한의 드론 공격이 실존적 위협으로 떠오른 점도 군의 신속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 북한은 지난해 7월 열병식에서 ‘샛별-4형’ 전략 무인 정찰기와 ‘샛별-9형’ 무인 공격기를 띄운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 현지 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처음으로 자폭 드론을 공개했다.

북한 매체는 특히 이들 자폭 드론이 한국 전차 K2 모형을 타격하는 장면도 함께 보도했다. 자폭 드론을 방사포, 탄도미사일과 같은 대남 타격용 재래식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2014년 3~4월 파주, 삼척,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3대가 복귀하지 못한 채 스스로 추락할 정도로 기술이 조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군 안팎에선 '제파(諸波·waves) 식 공격'으로 북한이 드론을 앞세워 공세에 나선다면 현 방공 체계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게 나오던 터다. 자폭 드론으로 미끼를 던지고 탄도·순항 미사일을 섞어 쏘면서 방공망에 혼란을 야기하는 방식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4월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이 같은 공격을 펼쳤다”며 “무인기 전용 방어체계가 배치되면 방공망의 허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방패’는 물론 ‘창’도 갖춰야…폴란드산 자폭 드론 구매 추진  

군 당국은 드론을 겨냥한 이같은 방패는 물론, ‘창’을 갖추는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안으로 폴란드산 자폭형 무인기(드론) 수백대를 도입하려는 게 대표적이다. 약 150억원을 들여 200대를 약간 밑도는 규모로 자폭 드론을 구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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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산 자폭드론 워메이트. WB 그룹 유튜브 캡처.

군은 또 지난해 9월에는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며 ‘북한의 무인기 도발 시 압도적 대응’을 공언하기도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우리 영공으로 무인기 1대를 보내면 10대 이상의 무인기를 북한 핵심 목표물 상공으로 날려 보낸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웠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대칭 전력’으로 군의 무인기 대응 능력을 꾸준히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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