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반도체 보조금 안 되면, 농특세 유예를" 상의 등 국회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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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0년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연합회가 반도체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농어촌특별세 한시적 부과 유예를 검토해달라는 반도체 업계 의견을 최근 국회에 전달했다. 여야가 반도체 특별법 처리에는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직접 보조금 지급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농특세 비과세를 통해 세액공제의 실질 효과를 높이자는 제안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반도체 산업 등을 지원하기로 합의하면서 반도체 특별법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 대표는 4일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를 방문하고 “반도체는 국가 미래의 핵심 산업”이라며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여야 모두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해 논의의 준비 작업은 마친 상태다.

반도체 업계가 주목하는 쟁점은 직접 보조금 지급과 투자 세액공제율 인상이다. 기업들이 가장 바라는 정책은 미국과 같은 직접 보조금 지원이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법을 제정하고 5년간 자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 달러(약 52조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에 최대 64억 달러(8조6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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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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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준공식을 개최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회사인 TSMC 일본 구마모토 공장. 일본은 구마모토 공장 설비 투자의 절반에 가까운 4억760억엔(약 4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김현예 특파원

그러나 이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직접 보조금이 반도체 특별법에 담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과 정부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박수영 의원 등만 직접 보조금 지급 근거를 법안에 담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직접 보조금 지급은 정부가 강하게 반대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방식도 반도체 업계는 기대하고 있지만, 여야가 현재보다 10%P 높이자고 하는 데 반해 정부는 현행 유지를 주장하고 있어 업계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업계 “농특세 비과세시 세액공제율 16%대”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업계는 대한상의, 한경협을 통해 한시적 농특세 비과세를 검토해달라는 요구를 국회에 넣고 있다. 농특세법상 세액공제를 받으면 감면 세액의 20%는 다시 농특세로 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국가전략기술(반도체, 배터리 등 7개 기술) 투자 세액공제율은 명목상 15%(중소기업 25%)지만, 그중 20%를 다시 농특세로 내야 해서 실제 세액공제율은 12%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 가입의 후속 조치로 마련된 농특세법은 ‘낡은 세제’라는 비판이 있지만,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세액공제율은 2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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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5일 국회를 방문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반도체 업계는 통합투자세액공제 증가분 추가 공제(투자액이 3년 연평균 투자액을 초과할 경우 추가로 세금을 깎아줌)까지 고려했을 때, 농특세 비과세가 적용되면 투자 세액공제율이 16%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5일 “미국에만 신규 반도체 공장이 지어지는 현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과감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농특세법에 비과세 대상 요건 중 하나로 ‘국가경쟁력의 확보 또는 국민경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경우’가 명시된 점을 근거로 한시적 비과세의 명분도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상의와 한경협은 이런 업계 요구를 국회에 지난 7월과 지난달 전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농특세는 이중과세의 문제가 있다는 점,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농특세 비과세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국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직접 보조금 지원과 투자 세액공제율 인상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농특세 비과세도 대안으로써 필요하다는 점을 국회에 입법 제안으로 냈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특별법 논의가 이제 시작되기 때문에 농특세 한시적 비과세가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국회 관계자는 “반도체 특별법을 비롯해 세액공제율 등을 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은 오는 11월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어 그때 가봐야 구체적인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국회 찾아 “국회에서 힘 보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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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뉴스1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5일 국회에서 여야 4당 대표를 예방하고 전략산업에 대한 국회의 입법 지원을 당부했다.

한동훈 대표는 “반도체 등 나라 명운을 좌우하는 산업 영역에서 반도체 특별법과 같은 초당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고, 최 회장은 “첨단산업을 둘러싼 국가대항전은 상당히 치열하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고 국회에서도 힘을 보태주면 더 강한 팀이 돼 올림픽 선수처럼 국가 대항전에서 메달을 따 올 수 있다”고 답했다. 비공개 접견에서 최 회장은 “인공지능(AI) 기본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고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재명 대표는 최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게 어떤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첨단 산업 지원을 위한 국회의 관심과 노력이 경제계에 상당한 훈풍이 되고 있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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