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패럴림픽 펜싱 4위 조은혜, 영화 '범죄도시' 분장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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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펜싱 국가대표로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한 조은혜. 플뢰레에서 아쉽게 졌지만, 주 종목인 에페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스크린 속 배우를 빛내던 그가 이제는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한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조은혜(39·부루벨코리아) 이야기다.

조은혜는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여자 플뢰레(장애등급B) 동메달 결정전에서 베아트리체 비오(27·이탈리아)에 2-15로 졌다. 메달을 딸 기회였지만, 도쿄 대회 우승자 비오를 넘진 못했다. 경기 뒤 굵은 눈물을 흘린 조은혜는 “최선을 다해서 경기했지만, 아직 더 해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중들은 조은혜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조은혜는 2017년 낙상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영화계에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다. 2017년 개봉해 680만 명의 관중을 모은 영화 범죄도시 촬영 당시 조은혜는 분장팀장을 맡았다. 그러나 척수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영화 제작 현장에서 더는 일할 수 없게 됐다.

그래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 바로 휠체어펜싱이었다. 2018년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다 TV를 통해 휠체어펜싱을 접했다. 조은혜는 “우아한 하얀 복장에 치마 같은 경기복이 예뻤다”고 했다. 무작정 장애인 펜싱협회에 연락해 칼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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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패럴림픽 펜싱 경기에서 조은혜(왼쪽)가 팔을 뻗어 공격하는 모습.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휠체어펜싱은 피스트 위에 휠체어를 고정하고, 경기를 치른다. 그래서 상체와 팔의 움직임으로 승패가 갈린다. 몸을 뒤로 젖혀 피할 순 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싸우기 때문에 기본기가 중요하다. 조은혜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매일 땀방울을 흘렸다. 왼손잡이란 이점을 살린 그는 끝내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그리고 생애 첫 패럴림픽 출전권까지 손에 넣었다.

항상 배우들을 위해 분장을 하던 그는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다른 사람에게 메이크업을 받았다. 대한민국 선수단을 대표해 단복을 입고, 화보를 촬영했다. 범죄도시로 인연을 맺은 배우 진선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리 패럴림픽에 나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얻고 무사히 귀국하기 바란다. 은혜야, 화이팅”이란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조은혜의 메달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주 종목인 에페가 남아 있다. 사브르(5위)와 플뢰레(4위)에서도 좋은 기량을 보여준 만큼, 메달 획득 가능성도 충분하다. 7일에는 개인전에 나서고, 8일엔 백경혜(24·한전KDN), 권효경(23·홍성군청)과 함께 단체전에 출전한다. 조은혜는 “에페 종목에선 꼭 결승까지 올라 파리 하늘에 애국가를 울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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