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내성적이지만 라켓만 잡으면 화끈… 헐크 같은 탁구 금메달리스트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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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 등급 MS11)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기태.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마치 '헐크' 같다. 내성적이지만 라켓만 잡으면 야수처럼 상대를 몰아친다. 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김기태(26·서울특별시청)가 금메달을 따냈다.

김기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탁구를 좋아한 아버지 김종섭 씨와 함께 처음 탁구장에 갔다. 그 뒤 탁구의 재미에 빠졌다. 소질도 있었다. 김기태는 "주변에서 내게 재능이 있다고 했다. 그 계기로 탁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1년 병원에서 지적 장애 진단을 받은 그는 패럴림픽을 목표로 세웠다. 201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4위. 동메달결정전에서 패해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도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2022 세계장애인선수권에선 3관왕(단식·남자복식·혼합복식)에 올랐다. 그리고 파리 패럴림픽에선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MS11)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새뮤얼 본 아이넴(호주)을 꺾었고, 결승에서 전보옌(세계랭킹 5위)마저 물리쳐 금메달을 따냈다. 김기태는 금메달을 확정한 뒤 그대로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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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 등급 MS11)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기태.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김기태는 경기 뒤 "굉장히 떨려서 내 플레이가 안 나왔다. 1세트가 끝난 뒤 마음을 비웠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배운다는 생각으로 했고, 이기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리우 대회 때 엄청나게 속상했고, 도쿄 대회 때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떨어져서 착잡했다. 그래서 이번 패럴림픽이 간절했다"라고도 했다.

김기태는 내성적인 성격이다. 시상대 위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졌지만, 쑥스러워하며 어떤 동작도 하지 않고 메달을 건 채 내려왔다. 경기 중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고 승리 후 포효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3구와 5구 이내에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 상대를 압도했다. 전보옌이 엄청난 수비력을 발휘했지만, 더 강하게 몰아붙여 승리했다.

김정중 대표팀 코치는 "김기태는 평소에 '파이팅' 소리도 안 내는 소극적인 선수다. 평소에도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은 경기에 완전히 몰입했다"고 말했다.

김기태는 마지막으로 탁구를 시작하게 해 준 아버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탁구를 하지 않았다면)평범한 학생일 것이다. 아버지께 감사하다. 탁구의 길을 걷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부모님께 메달을 걸어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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