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모든 게 걸렸다"…'박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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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모든 게 걸려 있다(The debate is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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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선 TV토론을 벌이는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AFP=연합뉴스

프랭크 런츠 미국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가 지난 2일 CNN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10일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열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 맞대결이 박빙인 미 대선 판도를 결정할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간 TV 토론이 현직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결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에 대한 미 유권자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크다.

토론 주최사와 토론 방식 등에 대한 양 캠프의 이견이 커 대선 전에 추가 토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이번 토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ABC 방송이 주최하는 이번 토론은 상대방이 발언할 때 마이크를 꺼 두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 후보자는 질문에 답할 시간 2분, 반박할 시간 2분, 상대 후보자가 말한 내용에 대응할 시간 1분을 갖는다.

바이든·클린턴 오답노트 공부하는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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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8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왼쪽) 전 국무장관이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해리스가 이번 토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트럼프의 공세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다. 이미 바이든의 토론 참패 사례가 있는 데다 대선 토론을 일곱 번이나 치른 트럼프에 비해 해리스의 경험이 부족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NBC 방송은 “해리스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고 트럼프의 인신공격에 끌려가지 않으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해리스는 ‘트럼프 경험자’ 의 오답 노트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CNN은 “해리스가 가진 이점 중 하나는 트럼프와 토론에서 직접 맞붙었던 2명의 대선 후보인 바이든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조언”이라며 “바이든과 클린턴의 참모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리스가 지난달 벌인 대선 모의 토론에서 트럼프 역을 맡은 건 클린턴의 대변인이었던 필립 라인스 전 국무부 부차관보다. 그는 2016년 대선에도 트럼프 역할을 맡으며 클린턴과 모의 토론을 벌였다.

코로나19 등 실정 부각하고 ‘막말 역풍’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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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 뉴햄프셔주 노스햄프턴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유세에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공세를 잘 막아낸 뒤엔 트럼프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포석도 있다. 해리스 캠프 측은 NBC에 “해리스에 대해 ‘트럼프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그의 책임을 묻는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해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집권 당시 정책으로 국민의 삶이 어떻게 힘들어졌는지 상기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트럼프가 멕시코와의 국경에 설치한 장벽 건설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점과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실패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으로 인해 2022년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보편적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는 점도 집중적으로 부각할 예정이다.

트럼프로부터 음모론과 막말을 유도해 ‘역풍’을 노리는 전략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인 제임스 카빌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 “해리스는 트럼프가 이전 선거에 대한 미친 음모론을 퍼뜨리도록 부추겨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의 말 실수를 이끌어 소셜미디어(SNS)상에서 회자되도록 하는 것도 전략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해리스 측은 틱톡이나 X(옛 트위터) 등에서 공유될 만한 선동적이거나 공격적인 발언을 트럼프가 하도록 압박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해리스=바이든 시즌2” 강조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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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본사에서 열린 대선 TV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트럼프는 토론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 자체를 주지 않으려 한다. 평소처럼만 해도 해리스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달 26일 버지니아 이든센터에서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나는 그것(TV토론)에 시간을 많이 쓰지 않고 있다. 내 삶 전체에 걸쳐 토론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토론에서 바이든을 압도했던 자신의 이미지를 대중에 다시 각인시키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CNN은 “트럼프 선거 캠프는 바이든과의 첫 토론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토론에서 “해리스는 ‘바이든 시즌2’ 일 뿐”이란 주장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리스가 내세운 공약이 바이든 행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은 해리스 역시 갖고 있다는 논리를 펼 거란 얘기다. 로이터는 “트럼프는 인플레이션과 불법 이민, 정부 지출 확대 등을 건드릴 것”이라며 “자신의 임기 때보다 바이든 임기 중 코로나19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여성 의식해 해리스 존중 태도 보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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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스뉴스 진행자 션 해너티가 진행하는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가 네거티브 행보를 멈추고 해리스를 존중하는 예상 밖의 모습을 보일 거란 전망도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해리스를 ‘급진적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인도계이자 흑인인 그의 인종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리스가 성(性)적 거래를 통해 정치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평가하는 글을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토론에선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CNN은 “트럼프는 해리스가 바이든과 전혀 다른 상대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는 여성이기 때문에 바이든과 같은 공격을 받더라도 대중에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는 여성 유권자들에 민감한 이슈인 낙태권 문제로 해리스가 공격할 경우를 상정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전문가 런츠는 “트럼프는 2020년에 많은 여성 유권자를 잃었다. 정책 때문이라면 그에게 투표했을 여성들이 그의 페르소나(인격체) 때문에 표를 주지 않았다”며 “트럼프는 해리스를 무례하고 불쾌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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