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배의 움직이는 돛 닮았다...에트로 벨라백의 항해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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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에트로가 브랜드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한층 젊고 활기찬 컬렉션을 선보이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해 봄 발표한 새로운 시그니처 백, 벨라의 성공이 대표적이다. 배의 돛을 닮은 벨라는 올가을 새로운 스타일로 출항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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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에트로 가을·겨울 여성 컬렉션에서 선보인 벨라백. 사진 에트로

‘메이드인 이태리(Made in Italy)’와 페이즐리 문양은 그동안 에트로를 상징하는 두 축이었다. 여기에 ‘컨템포러리 디자인’이라는 새 항로가 추가됐다. 정체된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나 젊은 세대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럭셔리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다. 반세기 동안 성공적으로 쌓아온 헤리티지를 발판 삼아 도약한다는 온고지신의 태도로 ‘뉴 에트로’ 시대를 열었다.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뉴 에트로

1968년 시작한 에트로는 56년 동안 이탈리아 장인정신을 지켜온 정통 패션 하우스다. 지금도 모든 공정을 이탈리아에서 직접 만들기를 고집한다. 에트로의 시그니처인 페이즐리 역시 고도의 수작업이 필요한 영역이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유래한 페이즐리 문양은 화려하고 복잡한 패턴이 특징인데 에트로는 이를 6가지 면사로 문양을 정교하게 직조한다. 여기에 아르니카 식물에서 추출한 기름을 코팅해 내구성 강한 원단인 ‘아르니카’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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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가을·겨울 여성 컬렉션에서 선보인 블랙 벨라백. 사진 에트로

아르니카로 만든 핸드백은 한때 에트로를 대표하는 아이템이었다. 에스닉한 무드와 어울리면서도 새로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에트로는 지난 2021년 처음으로 외부에서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가문 대대로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운영해 왔던 이탈리아 하우스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점찍은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10년 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전개해 온 마르코 드 빈센조(Marco de Vincenzo)다. 빈센조는 23년 봄여름 컬렉션을 통해 에트로의 보헤미안 무드를 젊고 활기차게 바꾸며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그리고 이듬해 3월, 새로운 시그니처 백인 ‘벨라(vela)’를 발표했다.

선원의 여정에서 영감 받았다, 돛 닮은 V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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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새롭게 출시한 버건디 벨라백. 사진 에트로

이탈리아어 벨라(vela)는 ‘항해’를 의미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벨라백은 세계를 탐험하는 선원의 여정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바다를 가르고 나갈 때 필요한 선체의 공기역학적 실루엣이 전체적인 디자인에 적용됐다. 그래서일까. 움직이는 돛의 형상을 닮은 벨라백은 그 자체로 시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기존 에트로 의상과도 잘 어울릴뿐더러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없던 고유함까지 갖췄다. 특히 배의 날렵한 돛을 연상시키는 V라인 금속 잠금장치가 벨라의 특징이다. 가방 입구를 지퍼로 마감하지 않고 고리로 여닫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뒀다. 가운데 떨어지는 고리 장식은 동전 주조 기술로 만든 ‘참(charm)’으로 에트로를 상징하는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와 로고가 양면으로 새겨져 있다.

수작업으로 빚는 이탈리아 장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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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우븐 레더를 정교하게 직조한 우븐 벨라백. 사진 에트로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벨라 역시 숙련된 장인이 한 땀씩 손으로 만든다. 에트로는 이탈리아 공방에서 가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개했다. 먼저 고급 송아지 가죽을 전용 패널로 절단한 후 스웨이드 안감을 꿰매 내구성을 보강한다. 가방의 바닥과 몸체를 재봉한 뒤 마지막 단계에서 금속 나사를 사용해 잠금장치를 가방 본체에 조립한다. 이 잠금장치는 에트로에서 전용 제작한 디자인으로 백의 독창적인 요소 중 하나다. 자주 손이 닿는 체인 고리 역시 동전을 주조할 때 쓰는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촉감과 내구성 때문이다. 체인과 메달은 빗질 단계를 거쳐 보다 자연스러운 상태로 출고된다. 가방 바닥의 마찰을 줄여주는 ‘징’에도 로고를 새긴 뒤 아연도금 처리해 디테일을 챙겼다. 미디움과 라지 사이즈 가방 내부에는 탈부착할 수 있는 스웨이드 클러치백을 구성해 실용성도 높였다.

올가을 새로운 스타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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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벨라백. 왼쪽부터 우븐 벨라백, 미니 울 모헤어 벨라백, 미니 라미네이팅 벨라백. 사진 에트로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은 벨라백이 올가을 훨씬 다채롭게 귀환했다. 먼저 지난 시즌 선보인 다크 브라운, 블랙 컬러를 유지하고 버건디· 네이비 컬러가 추가됐다. 소재 변화도 눈에 띈다. 부드러운 울 원단과 혼방 패브릭을 조합한 ‘울 모헤어 밸라백’은 복슬복슬한 귀여움이 특징. 라미네이팅 처리한 가죽으로 고급스러운 메탈 느낌을 내는 ‘라미네이팅 벨라백’은 네이비와 실버 두 가지 색으로 출시된다.
특히 눈에 띄는 디자인은 부드러운 가죽을 직조한 ‘우븐 벨라백’이다. 촘촘하고 정교하게 수작업한 블랙 아이코닉 백으로 에트로 공방의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여준다. 사이즈는 미니와 미디엄 두 가지로 출시되는데 어깨에 걸 수 있는 어깨끈과 짧게 손으로 드는 스냅 훅을 용도에 맞게 탈부착할 수 있다. 진화한 벨라백의 귀환은 또 한 번 새로운 에트로 세계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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