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치인도 예외 없이 표적..."총선 불법 딥페이크 25% 미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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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나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정치인도 딥페이크의 표적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 4·10 총선 기간 중 제작된 딥페이크 영상 중 상당수는 아직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10 총선 당시 사이버상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는 7만4172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새롭게 적발된 ‘딥페이크 불법 선거운동 게시물’은 388건으로, 이 중 97건(25%)은 선관위 요청에도 삭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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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 올라온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딥페이크 영상물. 영상 속 한동훈 위원장은 ″과연 민주당이 민주적인 정당이냐″, ″이재명 대표는 체포되는 게 그렇게 무서우세요?″ 등 비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틱톡 캡처

선관위에 따르면 선거 기간 중 딥페이크 영상과 이미지는 주요 정치인이 특정 후보에 대한 가짜 험담을 하거나,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 특정 정당과 입후보 예정자의 선거 운동 메시지를 전파하는 식으로 활용됐다. 실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월 한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딥페이크 영상에 피해를 보았다. 해당 영상에서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조폭들이나 할 법한 짓”이라고 말한다. 이 채널에는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 사건에 대해 “법으로 죽이고 안 되니 이젠 칼로 죽이려 하냐”는 실제 육성을 교묘하게 편집한 허위 영상도 올라왔다.

정치권 딥페이크 피해는 해외에서도 빈번하다. 오는 11월 5일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시카고에서 열리는 공산당 행사에서 연설하는 가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게재해 빈축을 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딥페이크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저, 카멀라 해리스는 조 바이든이 토론에서 마침내 자신의 노쇠함을 드러냈기 때문에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다”고 말한다. 이탈리아 역사상 첫 여성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는 지난 3월 자신의 딥페이크 음란 동영상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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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X(트위터)에 공유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영상. 해당 영상은 딥페이크 영상으로 밝혀졌다. 중앙포토

불법 선거용 딥페이크 영상에 관한 우려가 커지자 국회는 지난해 12월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 당일까지 딥페이크 영상을 활용한 각종 선거 운동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5000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대부분이 국내법의 효력이 제한적인 해외 SNS 플랫폼에 게재돼 삭제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사이버특별보좌관인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텔레그램은 국내에 대리인이 없어 접촉 창구 자체가 없고, 구글코리아 등 접촉 창구가 있는 곳도 미국법상 삭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병도 의원은 “딥페이크 등 신기술이 불법 선거운동에 악용되는 것에 대비하여, 선관위는 조치 강화 등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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