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료공백' 역설에 건보료 첫 2년 연속 동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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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6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제1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전공의 이탈로 인해 대형병원 의료 이용이 줄어든 덕분에 내년도 건강보험료가 오르지 않게 됐다. 의료 파동의 역설이다.

보건복지부는 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의원회(건정심)를 열어 내년도 건보료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2년 연속 동결은 1988년 건보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올해처럼 소득의 7.09%를 유지한다.

가장 큰 이유는 건보 재정 누적 적립금이 지난해 말 28조원에서 올해 연말 3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이탈로 환자를 줄임으로써 대형병원 적자가 커졌고, 이는 건보 재정 지출이 줄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 당기 수지가 2조2000억원의 흑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말 기준으로 누적 적립금이 27조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1조원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건보 재정에는 연간 수입의 14%가량을 국고에서 지원하는데, 예산 당국이 아직 40% 정도만 지급했다. 대개 연말에 나머지를 집행한다. 이렇게 되면 올해 재정이 2조 넘게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이날 회의에서 복지부가 이런 상황을 보고하자 건정심 위원들이 "적립금이 이렇게 쌓여있는데, 보험료를 올릴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건보료는 고령화 등에 따른 의료비 증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꾸준히 인상됐다. 2009·2017·2024년 동결했다. 지난해 이맘때 건정심 위원들이 2024년 건보료 인상률을 논의할 때 고물가와 국민 부담 등을 이유로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이날 건정심 회의에는 내년 건보료 ‘동결’과 ‘0.9% 인상’ 두 가지 안이 올라왔다. 흑자 재정이 예상되는 데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로 국민이 의료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마당에 보험료를 더 내게 할 수 없다는 의견이 반영돼 동결로 결정됐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적립금을 과도하게 쌓는 것도 좋지 않은 만큼 건보료 동결이 적절하다고 본다. 추후 필요할 때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건보료 인상을 주장했다. 의료공백 사태가 길어지는 가운데 의료개혁 등을 위한 건보 역할이 커지는 걸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결 상황이 길어지면 추후 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동결과 인상 필요성을 각각 강조하는 목소리가 여럿 나왔지만, 절반 이상이 동결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건보료 인상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가지 안 중 하나였던 0.9%의 인상률도 2% 안팎이던 그간 건보료 평균 상승률의 절반 수준인 만큼, 이 정도라도 올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5년간 건보 재정 10조원을 투입해 중증과 응급을 비롯한 지역·필수의료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충분한 재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건보료를 계속 동결하면 의료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대학교수는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면서 곳간을 채우지 않는 건 서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이어 의료공백이라는 특수 상황이 겹치면서 몇 년간 의료비 지출이 일시적으로 줄었고, 건보료 인상 압박도 감소하긴 했다"면서도 "건보 재정에 여유가 있을 때 건보료를 선제적으로 올려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측면"이라고 말했다.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도 인상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앞서 발표된 김윤희 인하대 의대 교수의 '건강보험 재정 추계와 주요 가정' 연구에 따르면 노인 진료비 증가 등으로 건보 재정수지는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됐다. 28조원의 준비금도 2029년 모두 소진되고, 2042년엔 적자 규모가 81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건정심에선 의료공백에 따른 진료 차질을 막기 위해 2월부터 시행 중인 비상진료체계의 건보 지원 방안을 연장하는 방안도 의결됐다. 응급실 진찰료 보상 강화, 경증 환자의 병·의원 회송 지원 등에 한 달간 약 2168억원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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