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묘한 이야기' '웬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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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위노나 라이더(왼쪽부터)와 제나 오르테가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 '비틀쥬스 비틀쥬스' 상영 전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

올블랙 의상과 창백한 스모키 화장법,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염세적 인생관 등 영국의 반항적 청년 문화인 고스(Goath) 족을 할리우드 영화에 접목시킨 대표 주자로 팀 버튼(66) 감독이 꼽힌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개막한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비틀쥬스 비틀쥬스’(4일 개봉)는 고스 걸(Goath Girl) 캐릭터로 사랑받은 그의 두 뮤즈 위노나 라이더(52)와 제나 오르테가(21)가 모녀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팀 버튼의 출세작 ‘비틀쥬스’의 36년 만의 속편이다. 디즈니 애니메이터 출신의 괴짜 청년 감독이 고딕 호러 장르를 코믹한 만화 효과와 버무린 ‘비틀쥬스’는 제작비 1500만 달러(약 200억원)로 전세계 7370만 달러(약 987억원)의 대박 흥행을 거뒀다. 한국에선 ‘유령수업’이란 제목으로 소개돼 저녁 만찬장이 유령 들린 춤판으로 돌변하는 ‘바나나 보트 송’ 장면이 화제가 됐다.

36년만 속편 '비틀쥬스 비틀쥬스' #팀 버튼 사단 뮤즈들 총출동 #올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 공개 #"현장서 대본 고치며 즉흥 연기"

'기묘한 이야기' '웬즈데이' 호러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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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1편(1988)으로부터 30여년 뒤, 리디아(위노나 라이더, 오른쪽 두번째부터)가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와 함께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며 시작된다. AP=연합

1편은 신혼부부(알렉 볼드윈‧지나 데이비스) 유령의 집에 이사온 재혼 가족이 저승세계의 인간 퇴치 전문가 비틀쥬스(마이클 키튼)로 인해 골탕 먹는 내용. 속편에선 전편에서 비틀쥬스 소동에 휘말렸던 재혼 가족의 외동딸 리디아(위노나 라이더)가 유명한 영매사 싱글맘이 되어 돌아왔다. 아버지의 장례식날 10대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가 저세상에 잡혀가자, 또 한 번 비틀쥬스를 소환하게 된다.

팀 버튼의 호러 판타지 드라마 ‘웬즈데이 시즌1’(2022)의 주역 제나 오르테가, 오랜 공백 끝에 SF 호러 ‘기묘한 이야기’(2016~)로 재기에 성공한 위노나 라이더 등 넷플릭스 최고 호러 여왕들의 첫 만남이기도 하다.

라이더 "오르테가, 어린시절 나 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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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틀쥬스'(1988)에서 주연 배우 위노나 라이더 모습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남자에게 휘둘리는 엄마 리디아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유령을 믿지 않는 반항적 문학소녀 아스트리드는 예술가 출신의 새엄마 딜리아(캐서린 오하라)에게 “내 인생 전체가 암실”이라고 대들던 리디아의 소녀 시절과 판박이다.
“팀 버튼의 집에서 오르테가를 처음 만났을 때 어린 시절 나를 보는 듯했다.”(라이더)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읽는 것 같았다.”(오르테가) 영화사 사전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한 말이다.
속편은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하고, 사후 세계 대기실 등 70여개의 세트를 실제로 짓는 등 1억 달러를 들인 제작 규모를 자랑하지만, 관객의 시선을 끄는 건 돌아온 원년 멤버들과 위화감 없이 어울리는 알파세대 오르테가의 열연이다.

조니 뎁+헬레나 본 헴 카터=오르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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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유령을 믿지 않던 아스트리드(사진)는 누군가의 계략으로 저세상에 가게 되고, 영매인 엄마 리디아가 딸을 구하기 위해 저세상행 여정에 오른다. 팀 버튼의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타이틀롤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제나 오르테가가 1편의 원조 출연진에 새 얼굴로 합류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팀 버튼 팬 사이에서 오르테가는 팀 버튼 사단 대표 배우이자 전 부인 헬레나 본 헴 카터, 조니 뎁을 합쳐 놓은 듯한 얼굴로 꼽힌다. 아스트리드에겐 '웬즈데이'에서처럼 동생을 괴롭힌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식인 물고기 피라냐를 풀어놓는 살벌한 카리스마는 없지만,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그는 하이틴 무비의 전형적인 똑똑한 아웃사이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팀 버튼은 미 매체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오르테가는 ‘비틀쥬스 비틀쥬스’ 세계로 가는 입구이자, 현실에 발붙이게 해주는 닻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영화사 사전 인터뷰에선 “1편처럼 배우의 즉흥 연기에 기댔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첫 영화를 만들 때의 재미를 되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팀 버튼 연인 벨루치 '영혼 포식자'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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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선 팀 버튼 감독과 열애 중인 이탈리아 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영혼 포식자 역할로 출연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비틀쥬스의 (문자 그대로) 눈알 튀어나오는 기행, 저승 사막에서 도망치는 유령들을 잡아먹는 모래 벌레 등 1편의 신선함은 줄었지만 시끌벅적한 소동극은 추억 속 그대로다. 1편 이후 팀 버튼과 ‘배트맨’ 시리즈로 급부상한 마이클 키튼은 세월을 잊은 듯한 비틀쥬스 특유의 웃음을 선사한다.
‘나홀로 집에’ 시리즈의 엄마 역할로 유명한 캐서린 오하라도 남편의 죽음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4차원 캐릭터 딜리아로 돌아왔다. 리디아의 아버지 찰스는 상어에 물어 뜯겨 어깨 윗부분이 없는 유령의 모습으로 처리했다. 이 역할의 배우 제프리 존스가 2003년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체포된 후 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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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집에' 엄마 역할로 유명한 배우 캐서린 오하라도 1편에 이어 '비틀쥬스 비틀쥬스'에 괴짜 예술가 할머니 역할로 출연했다. 사진은 저세상 대기실에 방문한 그가 다른 망자들에 놀라는 장면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생전 비틀쥬스의 전처이자, 토막 살해당한 원혼을 다른 영혼들을 먹어치우는 걸로 푸는 악령 델로레스 역은 위협적으로 등장해 다소 허무하게 퇴장한다. 이 역할의 모니카 벨루치와 팀 버튼은 2년째 열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로튼토마토(비평 전문 사이트) 언론‧평단 평점은 1편(82%)보다 다소 낮은 76%지만, 관객이 매기는 팝콘 지수는 1편(82%)보다 높은 87%다. 뉴욕포스트는 “상상력은 폭발적이나, 스토리가 부족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고작은 아니지만, 여전히 눈부신 광기를 선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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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비틀쥬스 비틀쥬스' 주역들. (왼쪽부터)배우 캐서린 오하라, 웰렘 데포, 마이클 키튼 옆으로 모니카 벨루치와 팀 버튼 감독이 손을 꼭 잡고 서있다. 이어 위노나 라이더, 제나 오르테가, 저스틴 서룩스, 아서 콘티 등 출연진이 함께했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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