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연희동 싱크홀 주변 지하수위 7m 푹 꺼졌다…"시민들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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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발생한 서울 연희동 땅꺼짐(싱크홀) 인근의 지하수위가 5년 사이 최대 7m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급격한 지하수위 변화는 싱크홀의 징후 중 하나로 꼽힌다. 뉴스1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발생한 땅 꺼짐(싱크홀) 사고지점 인근에서 2년 전에도 지하수위가 큰 폭으로 낮아지는 등 지반 침하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표면으로부터 지하수까지 떨어진 거리를 뜻하는 지하수위가 급격히 변하는 것은 싱크홀의 대표적인 징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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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8일 국토지반정보 포털시스템에 올라온 성산로 일대 시추주상도(지층의 순서·두께·종류 등을 표시한 단면도)에 따르면, 이번 싱크홀 발생 지점 인근의 지하수위는 2017년~2022년 사이 최장 7m까지 낮아졌다. 해당 시추주상도는 서울시가 싱크홀 지점으로부터 약 700m 떨어진 사천펌프장으로 빗물을 유입시키는 관로 공사를 위해 발주한 지반조사 자료 중 하나다. 공사 도면 등에 따르면, 관로는 연희교차로 인근~사천교 교차로까지 이어지는데, 싱크홀이 발생한 성산로에선 지하 약 12m 지점을 지난다. 공사는 지난 2020년 시작돼 현재 70~80%가량 진행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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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2017·2022년 시추주상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싱크홀 발생지점에서 약 80여m 떨어진 NBH-02구역의 지하수위는 2017년 3.5m에서 2022년 10.5m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싱크홀 지점에서 약 40여m 떨어진 NBH-03의 2022년 지하수위도 6.6m에 달했다. 싱크홀로부터 비교적 멀리 떨어진 NBH-01, NBH-07 등에선 같은 기간 지하수위가 1.9~3m가량 낮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성산로 일대에서 진행된 빗물펌프장 관로공사가 지하수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규모 지하공사 과정에서 지하 깊은 곳에 공동(空洞)이 생기면 그 위를 지나던 지하수가 아래로 흐르고, 상층에 있던 흙이 연쇄적으로 떨어지면서 지표면이 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하수위의 급격한 감소는 싱크홀 원인 중 하나”라며 “시추주상도에 나온 사고 지점 일대에서 지하수와 토사 등이 급격한 경사를 따라 흘러 들어가 공동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간에 걸쳐 도로 싱크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장마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지하수위가 1~2m 정도 차이 날 수 있지만 7m는 이례적인 규모”라며 “이번 땅 꺼짐 규모(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를 고려할 때 노후 상하수관 문제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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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성산로 지하 12m 부근에서 진행했던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공사가 지하수위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추정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시는 싱크홀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유입관로 공사를 지목하며, 이로 인한 토사 유출량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지역은 서울시의 ‘5단계 위험도 체계’ 중 양호 수준인 B등급으로 분류·관리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침하 발생 가능성이 있는 D(미흡)~E(불량) 등급은 서울시가 관리하는 보·차도의 약 26%뿐이다. 위험도가 낮다고 평가된 구간에서마저 땅이 꺼지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사고 당일 서울시가 “지난 5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당시 공동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해 시민들의 불안을 더 키웠다. GPR 탐사는 지표면으로부터 지하 2m 깊이의 공동만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지하수위가 낮아진 것을 싱크홀 징후로 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입관로 공사 중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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