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대선 초유의 '반집' 승부…269 vs 269 동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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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270’. 미국 대선 선거인단 538명의 절반을 넘는 숫자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가는 길에 반드시 확보해야 할 매직 넘버다.

대선 D-60일인 지난 6일 노스캐롤라이나주를 필두로 각 주마다 사전투표가 순차적으로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여기에 해리스와 트럼프의 첫 대면 ‘진검승부’가 될 TV 토론이 10일 열리면서 사활을 건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판세는 어느 한쪽의 우세를 단언하기 힘든 대접전 상황으로 요약된다. 선거인단 1명에 승부의 추가 기울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두 후보가 선거인단 269명을 똑같이 나눠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초유의 ‘반집 승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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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7일(현지시간) 미 대선 사이트 ‘270투윈(270towin)’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서부 캘리포니아 등 대도시를 관할하는 주를 중심으로 고정 지지층을 가져가며 선거인단 226명 확보가 유력한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텍사스를 비롯해 중부 내륙 지역과 교외ㆍ시골 등 전통적 공화당 텃밭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21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머지 7대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 걸린 선거인단 93명을 놓고 벌이는 양 측이 다투는 양상이다.

해리스, 민주당 전대 거치며 ‘골든크로스’

여론의 흐름은 ‘해리스 박빙 우세’를 가리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사와 여론분석업체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뒤 자체 보정 프로그램을 돌려 낸 평균치에서 해리스는 1.8~3.8%포인트의 격차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7일 기준 ▶NYT 해리스 49%-트럼프 46%(이하 해리스-트럼프) ▶더힐 49.5%-45.7% ▶파이브서티에잇 47.3%-44.2% ▶리얼클리어폴리틱스 48.3%-46.5% 등이다. 다만 NYTㆍ시에나대가 3~6일 실시해 8일 공개한 개별 여론조사 결과는 다소 달랐다. 해리스(47%)가 트럼프(48%)에 1%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NYT의 평균치도 하루 만에 49%-46%에서 49%-47%가 돼 2%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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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트럼프 지지율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직을 사퇴한 7월 21일 이후 46~48% 사이에서 거의 ‘고정’ 상태다. 반면 해리스 지지율은 초반 45%에서 시작해 트럼프를 밑돌다 8월 6일 팀 월즈(현 미네소타 주지사) 부통령 후보 결정, 8월 19~22일 민주당 전당대회 등을 거치면서 트럼프 지지율 선을 뚫고 올라가는 ‘골든크로스’를 이뤘다. 해리스의 ‘허니문 효과’가 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지만 현재까지는 근소한 우세를 유지하는 흐름이다.

그러나 미 대선은 득표율이 아닌 ‘선거인단 수 싸움’이다. 50개 주와 워싱턴 DC에 인구 비례로 배분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을 선점하면 이기는 게임이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전국 득표율에서 48.02% 대 45.93%로 앞섰지만 선거인단에서 227명 확보에 그쳐 트럼프(304명)에 패배한 전례가 있다.

‘해리스 승리’ 경합주 방정식 20가지  

현재까지 22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되는 해리스는 7대 경합주 중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19명)ㆍ미시간(15명)ㆍ위스콘신(10명) 3곳을 이기면 선거인단 44명을 더해 270명 과반을 딱 채운다. 이런 식으로 해리스가 당선될 수 있는 경합주 승리 조합은 20가지다. 그중 펜실베이니아 승리가 필수로 포함되는 경우가 10가지다.

NYT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에서 1%포인트의 ‘불안한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해리스로선 펜실베이니아를 놓치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남부 선벨트(일조량이 풍부한 남부 지역)에서 2개 주 이상을 승리해야 하는 만큼 승산이 낮아진다. 펜실베이니아에 해리스가 올인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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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트럼프 승리’ 경합주 방정식 21가지

219명의 선거인단을 우군으로 둔 것으로 평가되는 트럼프는 7대 경합주 중 남부 선벨트 4개 주(선거인당 49명)를 이기면 선거인단 수는 268명이 되고 여기에 러스트벨트 1곳을 가져가야 과반을 확보한다. 트럼프가 이런 식으로 당선이 가능한 경합주 승리 방정식은 21가지다. 이 중 15가지는 펜실베이니아 승리가 전제되는 경우이며, 조지아 승리가 전제되는 경우는 12가지다. 트럼프 입장에선 펜실베이니아에서 반드시 이기고 조지아까지 이기면 당선 안정권이다.

과거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펜실베이니아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제조업 후퇴로 소외감을 느껴온 백인 남성 유권자를 효과적으로 파고들면서 깃발을 꽂는 데 성공했고 결국 대선에서 당선됐다.

7대 경합주 표심 2%P 내 ‘대혼전’

그렇다면 경합주의 현재 표심은 어떨까. NYT의 지지율 집계 평균치에 따르면, 7대 경합주 모두 최대 2%포인트 내에서 대혼전 양상이다. ▶펜실베이니아(해리스 49%-트럼프 48%) ▶미시간(48%-46%) ▶위스콘신(49%-47%) 등 러스트벨트 3곳은 해리스가 1~2%포인트 차로 박빙 우세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네바다 등 나머지 선벨트 4곳은 모두 해리스와 트럼프가 48%대48%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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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이 때문에 워싱턴 조야에선 선거인단이 269명씩 절묘하게 쪼개지는 초유의 동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령 해리스가 조지아ㆍ노스캐롤라이나ㆍ애리조나에서 이기고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ㆍ네바다를 가져가면 둘의 선거인단은 정확히 269명 대 269명이 된다. 이렇게 동률이 되는 경합주 조합은 경우의 수가 3가지다. 바둑에서 반집 승부와 유사하게 선거인단 1명이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종이 한 장 차 승부가 될 수 있다.

269대269 동률 되면 하원서 결정

미 대선은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해당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 독식제인데 메인과 네브래스카 주는 예외다. 구분된 선거구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1명의 선거인단을 배정하는데, 270towin을 비롯해 대부분의 선거 예측 기관은 2020년 대선 결과와 마찬가지로 해리스가 공화당 강세 지역 네브래스카에서 1명, 트럼프가 민주당 강세 지역 메인에서 1명씩 가져가는 구조를 전제로 했다. 해당 선거구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270명 선점 공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두 후보가 동률일 경우 결정권은 하원으로 넘어간다. 각 주의 연방 하원의원 다수당이 1표씩 행사해 최종 대통령을 선출하며, 부통령은 상원에서 선출된다. 그런 만큼 11월 5일 대선과 함께 치르는 연방 상ㆍ하원 선거 결과도 중요해졌다.

2020년 대선 역시 결과만 놓고 보면 바이든이 트럼프에 대승(전국 득표율 51.3% 대 46.9%, 선거인단 306명 대 232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승부처 하나하나 뜯어보면 치열한 접전이었다. 트럼프의 패배는 조지아(0.26%P 차)ㆍ애리조나(0.31%P 차)ㆍ위스콘신(0.62%P 차)ㆍ펜실베이니아(1.17%P 차) 4곳을 아슬아슬한 격차로 뺏긴 게 컸다. 트럼프가 이 4개 주(선거인단 합 57명)를 뒤집었으면 선거인단 수 289명으로 백악관 주인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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