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후손 230마리 남긴 펭귄 하늘로…멸종위기 구한 30년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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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 동물원의 최장수 아프리카 펭귄이던 '미스터 그리디'(보라색 표식을 달고 있는 펭귄)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고령에 따른 건강문제로 안락사돼 33년 생을 마감했다. 사진 메릴랜드 동물원 홈페이지

자손 230마리를 남기며 멸종 위기에 처한 자신의 종(種)을 구했다고 평가받는 미국 메릴랜드 동물원의 최장수 아프리카 펭귄이 3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P)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티모어에 있는 메릴랜드 동물원은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미스터 그리디(Mr. Greedy)’라고 불리던 821번 아프리카 펭귄이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로 지난달 27일 인도적 방법으로 안락사 됐다고 밝혔다.

메릴랜드 동물원에 따르면 미스터 그리디는 아프리카 펭귄의 평균 수명 18세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또 ‘미세스 그리디(Mrs Greedy)’라고 불린 암컷 아프리카 펭귄 832번과 사이에서 5대에 걸쳐 후손 230마리를 남겼다. 동물원은 “미스터 그리디는 오랜 삶에서 동물원·수족관 협회의 아프리카 펭귄 생존 계획(SSP)을 통해 230마리라는 엄청난 수의 후손을 남김으로써 멸종위기에 처한 종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스터 그리디는 전 세계 아프리카 펭귄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남서부 해안에 서식하는 아프리카 펭귄은 남획과 해양오염에 따른 먹이 부족 등으로 최근 20년간 개체 수가 75%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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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원이 미스터 그리디다. 사진 메릴랜드 동물원 인스타그램

미스터 그리디가 30년간 해로한 배필 미세스 그리디와 사이에서 낳은 후손들은 미국 전역 동물원에 흩어져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후손은 28세로 다른 동물원에 있다. 이들이 살던 메릴랜드 동물원에도 5대째 후손인 ‘올리브(Olive)’ 등 몇 마리가 있다. 메릴랜드 동물원의 조류 큐레이터이자 아프리카 펭귄 생존계획 프로그램 리더인 젠 코티얀은 “30년 동안 우리 동물원에서 환영받는 존재였던 동물을 잃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가 5세에 걸친 자손을 남겼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에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스터 그리디와 미세스 그리디는 1991년 알에서 깨어난 동갑내기 펭귄이다. 92년 메릴랜드 동물원으로 왔으며, 생식 연령에 도달한 94년 짝을 이뤘다. WP에 따르면 동물원에서는 보통 유전자 조합을 다양하게 하고자 일정 기간을 두고 짝짓기 상대를 바꾸지만, 이 둘은 번식 성공률이 워낙 높아 한 번도 헤어지지 않았다. 미스터 그리디는 어릴 때 다른 펭귄에게 둥지 재료나 물고기를 적극적으로 빼앗아 오곤 해 ‘욕심이 많다’는 뜻인 ‘그리디(Greedy)’로 불리게 됐다. 그의 천생연분 미세스 그리디도 함께 먹이 훔치기에 나섰던 범죄 파트너였다.

메릴랜드 동물원 측은 아프리카 펭귄 한 마리가 남길 것으로 기대되는 전체 후손의 수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 부부가 남긴 후손은 평균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티얀은 “번식 성공률이 엄청났다. 그들은 굳건하고 믿음직한, 정말 좋은 한 쌍이었다”고 말했다.

남편을 잃은 미세스그리디는 메릴랜드 동물원에서 최장수 아프리카 펭귄이 됐다. 동물원 측은 미세스그리디를 관찰해 새 남편을 찾아줄지 결정할 계획이다. 코티얀은 “어떤 펭귄은 짝을 잃고서 즉시 다른 짝짓기 상대를 찾기도 한다”라며 “우리는 미세스그리디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으며, 그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신호가 보이면 만나게 해 줄 다른 수컷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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