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정은, 9·9절 행사 불참…수해로 못 나왔나, 결단 위해 안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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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정부수립일) 76돌 경축집회 및 야회가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이 정권수립기념일(9·9절) 76주년을 맞아 지난 8일 밤 경축행사를 열었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정은의 '혁명사상'이라고 주장하는 '우리국가제일주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정권수립일 행사에 불참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수해 복구로 여력이 없거나 미 대선 등을 앞두고 모종의 결단을 내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동신문은 9일 전날밤 수도 평양에서 공화국 창건 76주년 경축 집회 및 야회가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평양 시민들과 청년 학생들이 참석했으며,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덕훈 내각 총리와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당·정 간부들이 주석단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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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정부수립일) 76돌 경축집회 및 야회가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덕훈·최용해를 비롯한 당과 정 간부들과 전국 각지 노력혁신자, 공로자들이 주석단에 올랐다. 뉴스1

김덕훈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당과 공화국 정부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의 상승일로를 계속해 이어나감으로써 그 어떤 침략 세력에도 압승하는 무적의 힘으로 전쟁을 막고 국가와 인민의 안전과 후손만대의 번영을 믿음직하게 수호할 것"이라며 "중첩되는 난관에도 굴함 없이 변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전체 인민들과 공화국 무력 장병들, 사회주의 조국을 위해 억세게 투쟁하고 있는 총련을 비롯한 해외교포조직들과 동포들에게 뜨거운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가 '침략' '전쟁' 등을 언급하며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강조한 건 대미·대남 적개심을 고취시켜 체제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재로 인한 만성적 경제난과 최근 심각한 수해 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의식한 메시지로 보인다.
신문은 재일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축하단을 비롯한 해외동포, 북한 주재 외교관을 초청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참석 국가나 인사를 나열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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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9일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인 김덕훈·최용해·이병철 동지를 비롯한 당과 정부의 간부들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 무력기관 책임일꾼들이 지난 8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국가 상징을 통한 내부 결속을 강조해온 김정은이 9·9절 행사에 불참한 배경에 주목한다.

우선 지난 7월 말 북부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수해의 영향일 수 있다. 김정은은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함경북도와 함경남도 지역에 큰 홍수 피해가 발생했던 2020년에도 수해 현장을 살피면서 9·9절 관련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9·9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다만 '하노이 노 딜' 등 북·미 대화 결렬, 코로나19 확산 등 이후 핵·미사일 개발에 매진하며 스스로 고립을 택한 2020년 이후로는 처음이다. 고강도 도발 등을 염두에 둔 장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가를 강조해온 김정은의 불참은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당·정 간부를 중심으로 주석단이 꾸려진 것도 관전 포인트"라며 "미뤄지고 있는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나 이번 수해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군수시설 관련 대책 마련에 분주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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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1일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장면. 조선중앙TV캡처, 연합뉴스

북한은 올해 군사정찰위성 3기를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3분기가 끝나도록 아직 한 차례도 발사에 성공하지 못했다. 습한 날씨가 물러가며 핵실험을 감행하기에 좋은 기상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편 노동신문은 각국 정상의 정권수립일 관련 축전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해와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전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축전보다 앞세워 배치했다. 이날 노동신문 3면에는 푸틴 대통령, 시진핑 주석, 또 럼(To Lam)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순으로 축전이 게재돼 있다. 이는 최근 북·러가 밀착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특히 시 주석은 축전에서 "올해는 중조(중·북) 외교관계 설정 75돌이 되는 해이며 중조 친선의 해"라며 "새시기 새로운 정세 속에서 중국 측은 계속 전략적 높이와 장기적 각도에서 중조관계를 보고 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 중 갈등이 지속되는 국면 속에서도 큰 틀과 장기적 관점에서 북·중 관계를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듣기에 따라선 '알아서 잘하라'는 다소 뼈있는 대북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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