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조건 해외간다"…최장 9일 황금연휴에도 못 웃는 여행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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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추석 연휴인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이용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직장인 박주연(42) 씨는 추석 연휴에 호주로 일주일 동안 가족 여행을 떠난다. 연초 휴가 계획을 짜면서 일찌감치 추석 연휴에 붙여 이틀 연차를 냈다. 박 씨는 “연휴가 5일 넘게 이어질 때는 무조건 해외로 나간다”며 “비행기 값만 빼면 국내 여행보다 싼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 기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예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19·20일 이틀 휴가를 낼 경우 최장 9일까지 ‘황금연휴’를 쓸 수 있어서다. 정부는 연휴 기간 국내 소비(내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해외여행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10일 하나투어·모두투어·참좋은여행·노랑풍선 등 여행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떠나는 해외여행 상품의 일평균 예약률이 여름 휴가 성수기인 ‘7말 8초’ 예약률보다 높다. 일본 도쿄·오사카, 태국 방콕, 필리핀 세부 등 인기 해외여행 상품은 일부 매진됐다. 장기 연휴인 만큼 미주·유럽 같은 장거리 노선 상품도 인기다.

대한항공은 10일부터 인천발 대만 타이중 전세기(주 4회), 11일부터 인천발 포르투갈 리스본 전세기(주 3회)를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은 14~18일 국제선 8개 노선, 국내선 1개 노선에 총 60편을 추가 편성했다. 이스타항공은 13일부터 21일까지 인천~타이베이 16편, 인천~다낭 14편 등 총 30편을 추가 운항한다.

추석 연휴 해외 여행객 증가는 이미 예고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1402만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770만명)의 두 배 수준이다. 해외 관광객 숫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인 2019년 상반기의 93.4% 수준까지 회복했다.

한국을 떠나는 여행객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여행객보다 훨씬 많다 보니 여행수지는 만년 적자 신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여행수지 적자는 64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78억3000만 달러 적자)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서비스 수지 적자(119억 달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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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반도체 수출 호조 덕분에 경상 수지가 흑자 행진을 하고 있지만, 서비스 수지 적자가 발목을 잡는다. 특히 2020년 이후 4년째 불어난 여행 수지 적자가 ‘고춧가루’를 뿌리는 격이다. 추석 연휴가 내수 대신 해외여행 수요를 자극할 경우 경상수지에는 마이너스 요소다. 정부가 10월 1일(국군의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내수를 살리려고 한 대책의 효과도 반감할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국인조차 고개 젓게 하는 바가지 물가와 질 낮은 서비스부터 개선해 국내 여행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숙박 할인 쿠폰 같은 일시적 이벤트도 좋지만, 서울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전국 곳곳에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여행 콘텐트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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