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슬람 테러 막겠다" 獨, 반년간 3700㎞ 국경 걸어 잠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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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폴란드와 인접한 독일 동부 괴를리츠 국경에서 독일 연방 경찰이 차를 멈춰세우고 검문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이 앞으로 6개월간 모든 국경을 통제하고 입국자를 검문하기로 했다. 끊임없이 유입되는 불법 이민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위협으로부터 독일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주변국들이 "독일이 거부한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등 유럽연합(EU) 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조치란 우려가 나온다.

독일, 모든 국경서 입국자 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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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국경 통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독일 내무부는 오는 16일부터 6개월 동안 독일 전역의 국경에서 임시 통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이 같은 결정을 EU 집행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미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스위스 국경에선 임시 통제에 들어간 상황에서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국경으로 통제를 확대하는 조치다. 독일은 이들 국가와 약 3700km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는 불법 이민을 막고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와 같은 심각한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유럽 공통의 망명 시스템으로 EU의 외부 국경을 강력하게 보호할 때까지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페저 장관은 또 “지난해 10월 이후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이 3만명 넘게 거부당했다”며 “(임시 통제는) 불법 이주를 더욱 제한하고 이슬람 테러리즘과 심각한 범죄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앞서 독일은 2015년부터 오스트리아 국경에서 임시 통제를 시행한 뒤 지난해 10월부터 폴란드, 체코, 스위스와의 국경까지 통제를 확대했다. 페저 장관은 주변국들이 이번 조치에 대해 동의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잇따른 흉기 테러…독일 국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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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독일 만하임에서 극우정장 독일을위한대안(AfD) 지지자들이 독일국기와 "국경을 닫아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이 국경 강화에 나선 건 갈수록 늘어나는 이민자에 대한 독일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 접수된 망명 신청자는 35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51.1%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이민자들이 벌이는 흉악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졸링겐시에선 축제 행사장에서 시리아 출신 망명 신청자가 흉기를 휘둘러 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자신이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 대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에는 반이슬람 운동가들을 공격하던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를 제압하던 독일 경찰 1명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 52주기인 지난 5일엔 보스니아계 오스트리아 국적의 18세 남성이 뮌헨의 이스라엘 영사관 등에서 총기를 난사하다 현장에서 사살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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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달 26일 노스트라인베스트팔렌주 졸링겐에서 시리아 출신 망명자의 흉기 난동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출신 범죄자들을 추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주요 야당인 기독민주연합(CDU)과 이민 억제 방안을 협의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일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이 튀링겐주 선거에서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1당에 올랐다”며 “(이번 발표는) 2주 뒤 선거를 앞둔 브란덴부르크주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도 이민 문제란 점을 집권 사민당이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난민 못받아”…EU 통합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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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독일 졸링겐시에서 극우 성향 시위자들이 "지금 당장 (난민) 재이주"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EPA=연합뉴스

다만 이번 조치가 EU 통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U 27개 회원국 중 25개국이 맺은 '솅겐 조약'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국경을 오갈 때 여권 검사와 같은 국경 통과 절차를 면제하며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한다. 다만 회원국 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로 임시 국경 통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숄츠 총리는 졸링겐시 사건 직후 “솅겐 조약 탓에 범죄자들이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기가 쉬워졌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솅겐 지역 회원국인 독일의 인접 국가 사이에선 이번 조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게르하르트 카르너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독일 빌트에 “오스트리아도 여유가 없다”며 “독일에서 거부당한 개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독일 내에서도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의 에릭 마르콰르트 EU 의원은 “독일 정부는 국경에서 사람들을 돌려보내기가 쉽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국경 통제 조치로 독일이 유럽과 솅겐 체제에 가할 피해가 크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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