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휠체어 탄 스나이퍼' 박진호 "장애인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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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만난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2관왕 박진호. 박진호는 대한민국 선수단 MVP로 선정됐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은 체대생 청년은 공무원이 되려 했다. 하지만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살려 '휠체어 탄 스나이퍼'로 변신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2관왕 박진호(37·강릉시청)의 이야기다.

지난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 카페에서 만난 박진호는 파리 시민과 관광객에게 둘러싸였다. 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건 그를 향해 끊임없이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박진호는 메달을 손수 걸어주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박진호는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축하를 받은 건 처음이라며 행복한 추억을 쌓았다"고 했다.

박진호는 지난달 31일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3일에는 50m 소총 3자세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박진호는 10년 넘게 자신이 세운 세계 기록을 자신이 깨는 최고 사수였다. 유독 패럴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으나 이번 대회에서 2개나 따냈다. 박진호는 "이제 좀 실감이 나지만 크게 들뜨진 않았다. 차분하게 즐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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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는 그동안 목말랐던 패럴림픽 금메달을 2개나 목에 걸었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사실 첫 금메달을 따낸 뒤 그는 감기 몸살에 시달렸다. 결국 5일 열린 50m 복사에선 6위에 머물렀다. 박진호는 "사실 소총 3자세 경기 날 오전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약을 먹고 컨디션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후 체온이 올라 복사 경기 날엔 40도가 넘었다"며 "미련이 남지는 않는다. 2관왕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패럴림픽 기록을 세우며 압도적 기량을 뽐냈다. 그는 "처음 운동을 접하면서 들은 글귀가 있다.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멈추면 도태는 시작된다'는 말이다. 몸이 받쳐지는 한 계속 운동할 생각인 만큼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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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함께 촬영하는 박진호.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박진호는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해 체대로 진학했다. 그러나 25살이었던 2002년 낙상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었다. 박진호은 "병원에 있을 때 사회복지과를 찾아가 상담하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생각했다. 그런데 쉽지 않아 운동을 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체육학을 전공해 여러 종목을 접했는데, 그 중에서도 총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장애를 얻기 전 군복무를 할 때도 총을 곧잘 쐈다. 박진호는 "'쏘면 만발'이었다. 저격병은 아니었지만, 대대에서 선발하는 저격 집체 교육을 6개월 동안 받았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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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만난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2관왕 박진호. 박진호는 대한민국 선수단 MVP로 선정됐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박진호는 시력도 좋지 않다. 그는 "오른쪽은 0.4, 왼쪽은 0.3이다. 오른쪽엔 난시도 있다. 일상생활은 불편하지 않지만, 오른눈으로 사격을 하다 보니 양쪽 차이가 너무 심해졌다. 특히 소총은 가늠자를 통해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보기 때문에 눈에 나쁘다. 그래도 모노클(외눈안경)을 써서 경기엔 지장이 없다"고 했다.

박진호는 이번 대회에서 신설된 대한민국 선수단 MVP까지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29표 중 23표를 얻어 보치아 정호원(5표)과 트라이애슬론 김황태(1표)를 제쳤다. 박진호는 "가문의 영광이다. 가장 공헌도가 높다는 뜻이니까"라며 부상으로 주어지는 후원사 토요타코리아의 차량에 대해선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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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함께 촬영하는 박진호.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중도장애자들은 대개 장애를 얻고 나서 좌절한다. 박진호 역시 그런 시간을 겪었다. 박진호는 "건강을 위해서 장애인들에겐 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운동을 하면서 사회생활이 다시 시작됐다"며 "요즘은 (체육을)시작할 여건이 좋아졌다. 집에서 나와야 한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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